한진칼 주가 20% 급등 - 8일 한진칼(20.63%), 한진(15.12%) 등 한진그룹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의 한 금융정보회사 모니터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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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납부로 지분 변화 가능성
경영권 승계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조 회장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한진그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경영권은 조 회장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승계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지배 구조가 취약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가속화되면 경영권 향방이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 등 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다. 한진칼 지분을 조 회장 일가가 28.95% 보유하고 있다. 그중 조 회장이 17.84%, 조원태 사장 등 3남매가 각각 2.3% 남짓 갖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 타계 후, 큰아들인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창업주 아들 4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데 지금 조양호 회장의 자녀 3남매 지분 비율이 거의 같아 안정된 승계가 이뤄질지 우려되는 면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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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부담도 적잖은 문제다.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매도할 경우 지분은 줄어들고 경영권은 흔들리게 된다. 상속세율 50%에 20% 할증률까지 적용받아 유족들이 상속세를 전액 주식으로 납부할 경우, 오너가의 지분은 19.09%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조 회장 일가를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13.47%)와 역시 조 회장 일가의 경영 참여에 반대하고 있는 3대 주주 국민연금(7.34%) 지분만 합쳐도 20%가 넘는다. KCGI는 최근 한진칼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 매수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조원태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기업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진칼이 '약한 고리'로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이날 20% 급등한 이후에도 1조8000억원에 못 미쳐, 4000억원이면 지분을 20% 넘게 확보할 수 있다. 국내 1위 항공사를 포함한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는 돈으로는 많지 않다. 재계에서는 "우리나라에 차등의결권(일부 주식에 많은 의결권을 주는 것)이나 '포이즌 필(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토록 하는 것)'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경영권 보호 장치는 전혀 도입돼 있지 않은데 상속세 부담은 가장 큰 편이어서 경영권이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0억원 가까운 상속세
재계에서는 조 회장 일가가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부담은 1700억~1800억원 수준(자진신고 시 3% 세액 공제)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속세를 어떤 방식으로 납부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원태 사장 등은 당장 10월 초까지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이후 상속세는 5년간 나눠 낼 수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 평가 가치의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약 600억원은 조달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고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받은 약 200억원대의 담보 대출도 자녀들이 상속받아야 한다.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박삼구 회장이 회계 부실 사태와 경영난 등 책임을 지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하는 등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칫 국내 항공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져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채성진 기자(dudmie@chosun.com);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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