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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금호, 産銀에 자구안 제출] 대우건설·대한통운 '트라우마'···떨어진 시장 신뢰 회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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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마무리 되면

재계순위 중견그룹으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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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KDB산업은행에 특단의 자구계획을 제출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는 3년이라는 경영 정상화 기간 동안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020560)까지 팔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금호는 과거 금호타이어(073240) 매각 때 상표권 사용 문제 등으로 산은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던 것을 의식한 듯 아시아나 매각 진행 시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조항까지 추가했다.

다만 이러한 박삼구 전 회장의 의지가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유동성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과거 경험과 유사한 터여서 채권단의 동의 여부가 금호그룹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자구안대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그룹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는 28위다.

금호가 제출한 자구안이 이행될 경우 그룹의 규모는 더욱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는 자회사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활황을 맞이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에어부산 등이 매각 대상으로 우선 거론된다. 금호는 에어서울 지분 100%와 에어부산 지분 44.17%를 갖고 있다. 또 중국에 위치한 웨이하이골프리조트 등 부동산 자산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밝힌 비수익 노선을 정리함과 동시에 조직 개편을 단행하게 된다면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호가 3년 동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마저 매각하게 되면 금호그룹의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다. 금호는 약 10년가량 유동성 위기에 놓이며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금호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대우건설·KDB생명(옛 금호생명) 등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관련된 부실기업을 잔뜩 떠안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대우건설(6조4,000억원)을 무리하게 인수한 탓에 수차례 매각을 진행했지만 결국 인수자를 찾지 못해 산은이 사들였다. 금호는 한 차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며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002990)의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박 전 회장은 또다시 금호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금호타이어 인수도 추진했지만 자금 마련에 실패해 무산됐다. 이때마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만 3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금호에 쏟아 부었다. 낮아진 신뢰 때문에 회사채 발행 등은 중단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은 회사채 발행 등으로 시장성 차입금을 대규모로 조달하며 시장의 신뢰를 점차 잃어갔다”며 “산은이 대우건설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안았던 것처럼 자구안대로 진행할 경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산업은행과 협의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성심성의껏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이 박 전 회장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을 추스르게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KCGI의 공세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 경쟁사를 보면서 우리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3년간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야 하는 임직원들도 고통을 함께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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