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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희비 엇갈린 맞불집회…"헌재 결정 환영" vs "태아도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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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와! 낙태죄는 위헌이다"(낙태죄폐지공동행동)
"헌재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라!"(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낙태죄 폐지 찬반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앞에는 ‘환호’와 ‘절망’이 교차했다.

이날 헌재는 헌법 재판관 9명 중 헌법불합치 4명, 단순 위헌 3명, 합헌 2명 의견으로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다만 법적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12월31일까지 현 규정의 효력을 유지하는 기한부 헌법불합치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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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위)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합헌을 주장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아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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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헌재 정문 앞에서 낙태죄 폐지에 대한 찬·반집회를 열고 있던 시위대에서 함성과 고성이 오갔다.

헌재 정문 오른쪽에 자리 잡은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측은 헌재 판결에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선고 직후인 오후 2시48분 쯤 헌법불합치 결과 내용을 전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일부 참가자는 감격한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승리했다. 위헌 결정 환영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자축했다. 이유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이제 여성은 자신의 몸과 판단에 대해서 존중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그 누구로부터도 응징 받거나 협박 받는 일이 사라지게 될 역사적인 초석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같은 시각 정문 왼쪽에 자리 잡은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측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 측은 입장문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에도 헌재의 결정과 관계 없이 여전히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중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측도 기자회견을 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미명 하에 포기한 결정"이라며 "가장 나약한 태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잘못된 판정이므로 우리는 헌재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곳곳에선 "낙태죄는 살인이다"는 고성도 나왔다.

앞서 이날 헌법재판소 앞에는 오전부터 낙태죄 ‘폐지’와 ‘유지’를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낙태죄 유지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각각 정문 앞 좌우에 나뉘어 자리를 잡았다. 오후 1시부터 낙태죄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집회가 시작되자, 오전부터 집회를 진행하던 폐지 측에서 함성을 지르며 응수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 간 충돌 사태에 대비해 6개 중대 경찰 병력 500여명을 이곳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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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앞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찬성측(오른쪽)과 반대측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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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낙태죄폐지공동행동 측이었다. 이날 헌재 정문 앞 우측에선 오전 9시부터 ‘낙태죄 위헌판결 촉구 각계 릴레이 기자회견’이 열렸다. 청년 학생의 발언을 시작으로 종교계·청소년·교수연구자·의료계 등 참가자 100여명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이들은 "낙태죄는 위헌이다" "낙태죄를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각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낙태죄 문제를 릴레이 형식으로 발언해 나갔다.

청년 학생 발언자인 고려대 정치경제학연구회 수레바퀴 최서현씨는 "이번 판결을 통해 국가가 성장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여성의 낳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장차 여성과 남성 관계와 가족제도를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종교계 발언자인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소속 남성아씨는 "낙태에 대한 국가의 허락이나 처벌, 종교의 용서나 배려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성을 온전한 성적 주체로 인정하고, 안전한 재생산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바로 오늘 낙태죄 위헌을 선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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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판결 촉구 청년 학생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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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1시부터는 낙태죄 처벌 조항의 현행 유지 결정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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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폐지반대국민행동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한 어린이가 태아 초음파 사진과 함께 ‘나는 6년 전에 태아였어요’라고 쓰인 팻말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 정문 앞 좌측에선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 등 집회 참가자 3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태아도 사람입니다’ ‘생명을 죽일 권리 누구에게 있습니까’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태아는 사랑이다" "낙태죄는 합헌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와 함께 한 어린 자녀들은 태아 초음파 사진과 함께 ‘나는 O년 전에 태아였어요’라고 쓰인 팻말을 목에 걸고 있기도 했다.

가장 먼저 발언대에 오른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은 "어떻게 세포덩어리가 하루만 지나면 인간으로 바뀔 수 있단 말인가. 수정된 순간부터 태아는 생명"이라며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희대학교 법학과 학생 홍은샘씨는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든다"면서 "모든 현실적인 이유와 변명을 대도 ‘태아는 고귀한 생명’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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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연합 회원들이 모여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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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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