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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2021년 여성과 의사에게 ‘낙태죄’의 꼬리표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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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현행 낙태죄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내년 말까지 현행 법 개정해 ‘임신 초기 중절 합법화’ 하도록 주문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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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헌법재판소가 임신중절을 무조건 범죄로 규정하던 현행 형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임신 초기에는 낙태를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임산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 수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 낙태죄’ 조항도 헌법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태아의 발달 단계와 무관하게 낙태 행위를 전면적이고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형법 269조 ‘자기낙태죄’와 270조 ‘동의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내년 말까지 법을 고쳐 2021년부터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따라서 현행법은 내년 말까지 유지된다.

이날 결정에 대해 여성계와 의료계는 특히 환영했다.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낙태가 범죄가 되는 나라였는데 이제 바뀔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202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다소 아쉽지만 여성 스스로 신체와 삶에 대한 결정권을 능동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산모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판결”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의료계는 낙태 찬반 논쟁과는 별개로 낙태한 산모와 의사를 처벌하는데 반대해왔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낙태 수술을 결정한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의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며 “앞으로 의사들은 낙태수술에 대한 법적·사회적 판단이 아닌 의학적 판단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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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낙태 수술은 불법이면서도 불법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태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형법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돼 낙태 근절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산부인과 의사들에 따르면 매년 낙태 수술은 적어도 10만~30만 건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는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법 조항이 개선되면 오히려 실질적인 불법 낙태 금지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낙태의 전면적 금지를 찬성해온 종교계 및 보수단체들의 적지 않은 반발도 전망된다. 실제 이날 한국천주교주교회는 의장 김희중 대주교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헌재 결정은)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교회의는 이어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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