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임신에 따른 고통과 위험을 강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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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임신 초기라도 특별한 사정 없이 낙태를 한 경우 이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을 감안해 일시적으로 존속하고 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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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는 이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이 학업이나 소득·이혼 등 여성이 처한 다양한 사정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헌재는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하여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며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단순하게 우선하는 방식의 논리는 “사실상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22주 태아는 모체에 의존…모두 형벌로 다스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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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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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낙태죄로 처벌받는 사례가 거의 없어 사문화된 점도 들었다. 헌재는 “모든 낙태가 범죄행위로 규율되면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수술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낙법적 구제를 받기가 어려우며, 비싼 수술비를 감당하여야 하므로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낙태가 헤어진 상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 가사·민사 분쟁의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즉시 낙태죄 효력 없애도 괜찮다"는 의견도
조용호ㆍ이종석 재판관은 낙태 처벌이 합헌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태아는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인간의 존엄성의 정도나 생명 보호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태아의 생명권은 인간과 동일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더욱 많아질 것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다른 수단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들었다.
7년만에 '위헌' 의견 4명→7명으로
이후 헌재 재판관 구성이 바뀌었고, 2017년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가 위헌 여부를 다시 가려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총 69차례에 걸쳐 낙태 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헌법소원을 냈다.
박사라ㆍ이수정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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