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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이동걸 "3년 뒤 망하면 팔란건가"…채권단, 아시아나 자구안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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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동걸 산업은행장.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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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66) KDB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으로 내놓은 경영정상화 기한 3년은 전적으로 채권단에게 부담”이라며 “3년 안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정상화에 실패한 후에야 매각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가 끝난 직후 이 회장이 밝힌 입장이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채권단이 1원이라도 손실을 보게 되면 그 전에 대주주(박삼구 전 회장)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래야만 추가적인 금융지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선 대주주 책임, 후 채권단 지원’ 방침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구계획안을 내놓은 지 단 하루 만에 “(이번 자구안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채권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없다” 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금호그룹이 내놓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이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안은 박삼구 전 회장의 일가의 지분 전량을 담보로 추가로 5000억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게 골자다. 자구계획 이행 기한으로 3년을 제시했다. 3년 안에 경영정상화에 실패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도 좋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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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3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열린 채권단 회의가 열렸다. 산업ㆍ수출입 등 국책은행과 SC제일ㆍ우리ㆍ광주ㆍ농협ㆍ하나ㆍ신한ㆍ국민은행 관계자가 참석해 금호그룹 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 측은 추가로 5000억원 지원을 요청하면서 실질적으로 내놓은 것은 140억원 규모의 지분(4.8%)뿐”이라며 “채권단이 손해를 입지 않겠다는 확실한 담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아시아나가 당장 갚아야 할 채무가 1조2000억원인데 채권단이 5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서 회사의 유동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아직까지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금호그룹은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고속 지분 4.8%를 채권단에 담보로 내놨다. 또 2015년 이미 금호타이어 지원으로 담보로 잡힌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 42.7%(1262억원)를 도로 담보로 제시했다.

금융당국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건부 매각 기한으로 내놓은 3년은 너무 길다는 입장이다. 11일 신한은행의 스타트업 행사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박삼구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또 다시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건 어떤 의미인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박세창 사장)이 경영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뭐가 다른지 의아하다"며 "채권단은 대주주가 아닌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지현·한애란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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