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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향후 기소·입법은?…낙태죄 ‘헌법불합치’ 끝나지 않은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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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허용범위 논쟁은 계속될 전망

내년까지 입법 개정…‘공’은 국회로

법원 해석 달라 재심청구도 문제

검찰 “결정문 살펴보고 후속조치”

헤럴드경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헌법재판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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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시기를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시한을 정하고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앞으로도 낙태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현재 낙태죄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은 모두 16명이다. 이중 1건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 사건 당사자인 의사 정모 씨의 광주지법 1심 재판은 다음달 28일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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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전날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과 낙태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규정 모두를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바로 위헌을 선언하면 처벌 규정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현행 처벌 규정의 효력을 유지한 채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입법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 시한까지 입법이 없으면 형법상 낙태죄 규정은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한다. 이번 헌재 결정은 ‘임신 14주’를 기준으로 전적으로 산모에게 낙태 여부를 맡길 것인지, 아니면 일정한 요건을 새로 입법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전자를 주장하는 3명의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고, 후자인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은 4명이었다.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도 ‘14주 낙태’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부가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내년 말까지는 낙태죄 관련 법이 살아있기 때문에 법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 당장 헌재의 결정을 오해해 낙태가 늘어나면 법리상 검찰과 법원은 처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빨리 헌재 결정 취지에 맞는 새로운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변호사는 “법원에서는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기다렸다가 판결하는 게 이상적”이라면서 “검찰도 경미한 사건의 경우 기소를 유예했다가 사안을 나눠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게 법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한 정모 씨의 사건을 포함해 2020년 12월 31일 내에 이뤄지는 재판 대부분은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헌법불합치 결정은 현행법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유지시키기 때문에, 기존 법 조항에 따라 유죄를 선고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검찰도 당분간 국회 입법 논의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결정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후속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이 살아있어 무작정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헌재가 결정문에서 ‘임신 22주’를 낙태 가능 한도로 제시했기 때문에 이 기간을 넘어간 낙태에 대해서는 형사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접수된 낙태죄 위반 사건 84건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13건이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21건이 검찰에 접수됐지만 기소된 사건은 없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이미 낙태죄로 처벌받은 이들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소지도 있다. 일단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가장 최근 합헌 결정이 내려진 2012년 8월을 기점으로 그 이후 처벌받은 피고인은 재심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2년 결정 결론은 낙태에 가담한 ‘조산사’ 판단대상으로 삼은 것일 뿐이어서, 그 이전에 낙태죄로 처벌받은 임신부 등 일반인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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