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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즉시연금 소송 첫 심리…재판부 “삼성생명 약관 부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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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생명을 상대로 한 즉시연금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사진=박종오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일차적으로 피고(삼성생명)가 약관을 정할 때 잘못한 것 같군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층의 소법정. 대형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판매한 즉시연금 보험 상품 계약자 56명이 삼성 측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의 첫 심리에서 재판장인 이동욱 부장판사(민사25부)가 이렇게 입을 뗐다.

이 판사는 “보험 약관 어디에도 명확한 보험금 지급 계산식이 없다”며 “피고가 뭘 기준으로 보험금을 주는지 (보험 계약자는) 모르지 않겠나”라고 피고인 삼성생명의 변호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삼성 측 변호인은 즉각 반론을 펼쳤다.

임시규 김앤장 변호사는 “보험금 계산 수식이 저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복잡하다”면서 “그걸 약관에 다 넣기에 어려움이 있어서 산출 방법서에 별도로 포함했다”고 반박했다. 같은 로펌의 이효제 변호사도 “산출 방법서라는 (보험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서류를 만들고 그걸 약관에 반영했다”며 “모든 수식을 약관에 다 넣는 게 보험 계약자에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매달 이자 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떼…약관 설명 ‘쟁점’

이번 소송은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상품 계약자를 대상으로 공동 원고단을 모집해 제기했다. 발단은 이 회사가 판매한 상품의 약관이다.

즉시연금(상속 만기형)은 처음 가입 때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매달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 때 처음 납부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료 1억원을 일시불로 내면 다달이 이자를 연금처럼 받다가 만기 때 1억원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이 1억원을 돌려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지급하는 이자에서 일정 적립액을 뗐다.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상품의 약관에서 “매달 보험금을 지급할 때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그동안 공제한 보험금을 계약자에게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연맹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반면 피고인 삼성생명은 약관에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원고인 소비자연맹 측의 김형주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는 것이 약관에 나타나지 않아 계약자가 모를 수밖에 없다”며 “산출 방법서가 있긴 하지만 명시 자체가 안 돼 전혀 알 수 없고 명시하더라도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고 56명은 삼성생명이 약관에서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공제해온 보험금 추정액 5억2149만원을 돌려달라고 청구한 상태다.

이 판사는 “원고는 (덜 받은 보험금이 얼마인지) 추측한 거 같은데 원고가 구한 게 맞는지 알아야 한다”며 “계산을 위해서 피고가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기준을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소송의 쟁점인 이자 공제액이 정확히 얼마인지 따져보겠다는 얘기다.

이 판사는 이날 심리를 마무리하며 “이번 건은 추가 입증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 법률 평가의 문제”라고 했다. 앞으로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의 약관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있는 설명 의무 등을 지켰는지를 중점적으로 심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6월 재심리…금감원 의견 제출키로

다음 심리는 오는 6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열기로 했다. 소비자연맹 측은 금융감독원에 의견 조회를 요청해 금감원 견해를 재판부에 참고 자료로 제시하고, 삼성생명 측도 즉시연금 계산식을 재판부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삼성생명을 포함한 21개 생명 보험사에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공제한 즉시연금 과소 지급액을 계약자에게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소비자연맹과 같은 입장인 셈이다.

금감원이 추정한 즉시연금 추가 지급액은 모두 7750억원으로 이중 삼성생명의 부담분이 54.2%(4200억원)를 차지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370억원만 환급기로 하고 나머지는 법원 판결을 받아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감원도 금융소비자연맹의 소송과 별개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판매한 즉시연금 상품 계약자 각 1명을 대상으로 소송 지원에 돌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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