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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회적 낙인·차별 해소 첫걸음돼야"…헌재 낙태죄 판결 후 남겨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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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 12일 기자간담회

"여성 자기결정권-태아 생명권 대립 구도 넘어선 판결"

"임신주수는 논쟁 대상 아냐…여성 결정권 보장 고민해야"

이데일리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입장문 발표 간담회에서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위원장 오른쪽으로 문설희 공동집행위원장, 제이 공동집행위원장, 류민희 낙태죄위헌소송 공동대리인단 변호사,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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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해영 김호준 기자] “한국 사회에는 오랫동안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잘못된 인식이 만연했습니다. 어제의 의미 있는 선고에도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말들은 여전히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없애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헌재)가 낙태죄 처벌 형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가운데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모낙폐)는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헌재의 결정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수는 논쟁 대상 아냐…여성 판단이 우선”

모낙폐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의 대립 구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모낙폐는 입장문에서 “임신중지의 책임을 여성에게 처벌로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실효성 있는 수단을 마련하고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헌법상 핵심적인 기본권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가치나 목적, 법익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정부와 국회는 이 점을 인식하고 임신의 유지 여부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신주수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헌재는 지난 11일 결정에서 임신 22주를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으로 언급했다. 모낙폐는 “이는 임신 22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처벌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임신주수를 기준으로 검토하는 구시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전체 임신 기간 여성의 결정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헌재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입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하여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까지 해소해야”

이번 헌재 판결이 여성의 건강·재생산권을 보장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번 판결을 통해 사회가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임과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을 제공하고 의료상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의료인 교육와 유산 유도약 도입, 관련 약물에 대한 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낙태죄 헌법불합치의 사유로 여성의 건강권을 꼽으며 “여성이 숙고 끝에 낙태를 결정한 경우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거쳐 실제 수술을 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모낙폐 역시 입장문에서 “(헌재 결정은) 임신중지 보장에 어떠한 제한조건도 필요치 않다는 의미이며 성교육·성관계·피임·임신·임신유지·출산·양육의 전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장체계와 성평등을 이뤄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사회 구성원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한 법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한국 사회에는 오랫동안 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잘못된 인식이 만연했다. 어제 의미 있는 선고가 나왔지만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말들이 여전히 난무한다”며 “이번 선고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없애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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