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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날개' 접는 금호그룹···아시아나 매각 땐 중견기업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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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60%’ 아시아나 매각 추진

그룹 정상화 돼도 중견기업 수준

채권단, 5000억 추가지원 검토

매수자로는 SK그룹 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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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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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채권단의 의도대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한 건 이 방법 외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금호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거부 방침을 밝히면서 금호그룹은 큰 충격에 빠졌다.

14일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금호그룹 경영진은 자구안이 거부당한 지난 11일 오후 비상경영위원회를 열었다. 이후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로 입장을 조율했다.

금호그룹은 앞서 내놓은 자구안에서 대주주(박삼구 전 회장) 일가 지분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고, 자산 매각, 비수익 노선 정리 등을 조건으로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채권단에게 요청했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한 뒤 3년 이내 경영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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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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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현 금호그룹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아시아나 항공 매각 쪽으로 기울었다.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박삼구 회장 아들이 경영하겠다는데 뭐가 다른지 의아하다”고 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3년 안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후에야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단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각이 추진되면 금호그룹이 사실상 채권단 요구를 수용한 것이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금호산업이 주체가 돼 진행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가치로 3000억원가량 된다. 금호산업은 박삼구 전 회장이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이 45.3%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모두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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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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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은 이번 주중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 매각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 수정안을 의결할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과 금호산업의 양쪽의 의견이 합의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금호 측은 이번주 중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라며“산은은 수정 자구계획이 공식 제출되면 채권단 회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요청했던 5000억원 추가자금 지원을 영구채 형태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을 채권단이 주도하기 위해 채권단의 출자전환 옵션을 다는 방안도 고려된다. 금융계에선 구주매각과 새 인수자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정상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적기 매각이라는 점에서 인수자를 쉽게 찾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단순 금액보다 제2민항이자 국적기 회사란 점이 매각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며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라 해도 충분한 명분이 형성되지 않으면 쉽게 인수전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SK그룹 등 유동성이 풍부하거나 신규사업 진출에 관심 있는 대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몸집을 불리고 있는 사모펀드 인수설도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이 높지 않아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고 나면 금호그룹은 경영이 정상화하더라도 중견기업 수준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대주주 일가가 지난주 내놓은 자구안은 시간을 벌려 하거나, 꼼수로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게 아니었다”며 “최선을 다했지만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해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동현·한애란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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