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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우지경의 여행 한 잔] `꽃의 도시`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만난 달콤한 술 `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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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코르도바의 애칭이 꽃의 도시라는 것 아세요? 코르도바엔 거리마다 꽃이 걸려 있어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평원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 산드라가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도에서 코르도바가 어디인지 단번에 찾지도 못했던 나였지만,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까딱이며 귀를 기울였다.

"도착하면 메스키타부터 관람한 후 유대인 지구와 파티오 거리를 둘러볼 거예요. 저녁 식사는 유서 깊은 보데가 바르에서 할 거고요." 보데가 바르라고? 솔깃했다. 스페인어로 보데가는 지하 와인 저장고, 바르는 바(Bar)란 뜻.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셰리 저장고가 있는 바에서 맛본다는 얘기였다. 셰리는 헤레스에서 만드는 강화 와인을 말하는데, 코르도바에서도 지역 품종으로 셰리를 만든단다.

그사이 버스는 메스키타 입구에 당도했다. 메스키타는 8세기 칼리프 왕국 시절부터 13세기까지 이슬람 문명을 꽃피웠던 흔적인 이슬람 사원이다. 빨간색과 흰색 줄무늬 말발굽 모양의 아치를 떠받치고 있는 856개 기둥에 입이 쩍 벌어졌다. 놀랍게도 아치와 기둥이 반복되는 기하학적인 공간 중앙에는 가톨릭 예배당이 있었다. 코르도바를 되찾은 스페인 왕도 메스키타의 건축미를 인정해 사원을 허물지 않고, 그 안에 성당을 만든 덕이다.

메스키타 옆 유대인 지구로 들어서자 흰 벽에 걸어놓은 화분이 시선을 끌었다. 좁은 길 양쪽에 화분을 총총히 걸어놓은 '작은 꽃길'을 걸을 땐 꽃향기에 취하는 것 같았다. 경쾌해진 발걸음으로 '파티오 거리'로 향했다. 파티오란 'ㅁ' 모양 집의 중정으로, 13세기부터 귀족들이 저택에 파티오를 꾸며 코르도바에 파티오 거리가 조성됐다. 벽이 보이지 않을 만큼 꽃으로 장식한 파티오는 환상적이었다. 왜 코르도바가 '꽃의 도시'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골목골목 꽃을 품은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보데가 바르에 들어섰다. 식사 전 와인 저장고부터 찾았다. 지하실 깊숙한 곳에 층층이 쌓아놓은 오크통 앞에서 매니저가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

"이것이 솔레라 시스템입니다. 맨 아래 줄에는 가장 오래 숙성된 와인이 담긴 오크통을 깔고, 거기서 와인의 3분의 1만 퍼냅니다. 그런 다음 두 번째 줄 오크통에서 와인의 3분에 1을 퍼내 아랫단의 통에 넣지요. 두 번째 오크통에서 줄어든 양은 제일 위 가장 어린 와인으로 채워요. 이를 반복하면 빈티지가 다른 와인이 섞이고, 숙성되는 동안 오크의 향이 더해져 복합적 풍미의 셰리가 만들어진답니다."

느지막이 시작된 식사는 밤늦도록 이어졌고 피날레는 꽃의 도시에 어울리는 달콤한 술, 셰리로 장식했다. "아리바 아바코, 아센트로, 살루트(위로, 아래로, 중앙으로, 건강을 위하여)!" 스페인식 건배도 배웠다. 거참, 위아래가 섞여 건강하게 익어 가는 술, 와 참 잘 어울리는 건배사였다.

[우지경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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