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만성적 자금난… 채권단 압박에 결국 ‘백기’ / 朴 前회장 퇴진 등 조건 제시 불구 / 채권단 “시장 신뢰 회복하기엔 부족” / 25일엔 6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 / 그룹자산 4조5000억원대 주저 앉아 / 최종구 “매각성사 상당시일 걸려 / 채권단, 패키지 지원 방안 논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그룹 본사 사옥 전경. 남정탁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은 지난 11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그룹 측의 자구계획을 반려하면서 예고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를 설정하고 박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으며 아시아나항공을 조건부로 매각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 내려 했지만, 산업은행 등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거부했다. 사실상 박 전 회장이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떼고, 아시아나항공을 팔아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오는 25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그룹은 결국 채권단 뜻대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성적으로 지속된 자금난이 결국은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핵심계열사 매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룹 지주사 성격의 금호산업은 이날 오전 회사에서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는 한 시간가량의 논의 끝에 자구계획 수정안을 의결해 채권단에 다시 제출했다. 이날 이사회가 열린 금호산업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그룹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아시아나항공 매각 소식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그룹의 앞날을 걱정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장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채권단의 뜻이 관철된 만큼 매각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듯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담은 수정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한 이후 나온 정부·채권단의 첫 반응이다. 그는 향후 매각 절차에 대한 질문에 “채권단이 (자구계획을) 받아들일 경우에 MOU를 체결하고 직후 매각 절차가 시작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다만 아시아나가 작은 회사도 아니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지원 규모에 대해 “채권단이 패키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정확한 금액을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삼구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날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으며, 곧바로 매각 방안을 담은 수정 자구계획을 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수정안에서 기존 자구계획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채권단에 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그룹은 일단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서 그룹의 위상은 급전직하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6조2012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 9조7329억원의 64%를 차지한다. 자산 규모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총자산의 60%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그룹은 건설회사인 금호산업,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남게 된다. 자산도 4조5000억원대로 쪼그라든다. 재계순위 60위인 한솔의 자산규모가 5조1000억원인 것을 고려해보면 중견기업 수준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경영 정상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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