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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에 숨은 독일 총리…“우크라에 타우러스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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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타우러스 제공 불가’ 입장 고수

“트럼프 기자회견 봐라… 내가 옳았다”

약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독일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할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기존의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숄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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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총선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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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이날 숄츠는 그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의 총선 유세 도중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숄츠가 말한 장거리 미사일은 독일 방산업체가 만든 타우러스(Taurus)를 의미한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는 500㎞ 이상의 긴 사거리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지하 벙커도 파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독일에 타우러스 제공을 요청해왔다.

숄츠는 “장차 대서양 너머 미국과의 협력이란 관점에서 볼 때에도 내가 옳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는 전날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조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조치를 “매우 어리석다”(very stupid)라는 말로 폄훼하며 “큰 실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월20일 취임하는 트럼프는 곧 물러날 바이든이 국제사회의 현안에 관한 중요한 결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여긴다. 그는 “왜 바이든은 내 생각을 묻지도 않고 그런 결정을 했을까”라고 반문한 뒤 “나는 바이든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뒤집어 말하면 트럼프가 취임하는 즉시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해선 안 된다’라는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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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대선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나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그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맹비난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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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는 왜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를 제공하길 꺼릴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자유민주당(FDP) 등 보수 성향의 야당들은 “숄츠 정부가 지나치게 러시아 눈치를 본다”고 비판한다.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만약 러시아 영토에 있는 그 어떤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독일에 의해 우크라이나 측에 인도된다면 이는 러시아·독일 양국 관계를 영구히 파멸시킬 것”이라고 독일을 협박했다. 숄츠는 푸틴 말대로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탄이 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원에서 숄츠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된 가운데 독일은 오는 2월23일 조기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CDU/CSU 연합과 FDP 등은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를 공급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다만 숄츠의 SPD가 선거에 져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해서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가 인도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 시점에는 미국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맹방인 미국이 타우러스 제공에 반대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다면 독일 새 정부도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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