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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라이프 트렌드] 히말라야서 헬기 보고 '만세'…수천 만원 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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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체험기

고소 증세는 누구나 겪어…경중의 차이

해발 5550m 오른 뒤 체중 8㎏ 빠지기도

지나가는 포터에 '나마스테' 인사는 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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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구간 중 5550m의 칼라파타르에서 본 히말라야 전경. 사진 가운데 솟은 봉우리 중 왼쪽이 에베레스트, 오른쪽이 눕체다.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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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를 탄 듯, 주변이 빙빙 돌았다.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다. 양팔이 저려왔다. 해발 2840m의 네팔 루클라에 도착하자마자 고소증세가 덮친 것이다. 상체를 수그린 채 카고 백(cargo bag·짐 싣는 대형가방)에서 알파인 스틱을 찾느라 호흡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트레킹 시즌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은 이미 좀 걷는다는 한국인들에게 필수 코스가 됐다. 네팔을 찾는 한국인은 2016년 2만5000여 명에서 지난해 3만7000여명으로 급증했다. 2015년 지진 이전의 수치를 완전히 회복하고도 남는 방문객이다. 산악회와 여행사에서는 히말라야 트레킹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ABC, 기자의 EBC 트레킹을 통해 살펴본다. 트레킹은 루클라(2840m)-팍딩(2610m)-남체(3440m)-딩보체(4410m)-로부체(4910m)-고락셉(5170m)-EBC(5364m)-칼라파타르(5550m)로 이어졌다.

3월 23일 루클라
카트만두(1350m)에서 국내선을 타고 무려 1500m 가까이 고도를 올렸다. 김정배(44) 블랙야크 익스트림 팀장은 “EBC 트레킹의 첫 번째 위기는 첫 번째 관문인 루클라에서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고도를 높이기 때문에 고소 증세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짐을 뒤적이다 어지럼증이 닥쳤다.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에 오른 김미곤(47) 대장은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짐을 의자나 침대 위 등 높은 곳에 놓고 정리해야 고소증세를 막을 수 있다”며 “상체를 수그리지 말고 무릎을 꿇은 채 짐을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 서둘렀구나. 한 박자, 두 박자 그 이상 늦추고 일행 28명 중 맨 뒤에서 걸음마 갓 뗀 아이처럼 걸어갔다. 겸손과 여유. 히말라야 트레킹의 마음가짐이다.

걸음을 맞춰준 텐두 셰르파(28)가 “괜찮아요?”라며 물어봤다. 상태가 호전되며 팍딩(2610m)에 도착했다. 체내 산소포화농도 90%. 다행이었다. 산소포화농도 80% 밑으로 내려가면 적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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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팍딩에서 남체로 이동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기자. 뒤에 출렁다리 두 개가 아래 위로 보인다.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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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팍딩
셰르파들이 아침부터 따뜻한 차를 건네줬다. 셰르파는 네팔에서는 고임금 근로자다. 네팔 임금은 월 평균 20~30만원. 단체 트레커들과 함께 하는 메인 셰르파는 하루 80달러(약 9만원)를 받는다. EBC 트레킹 일정이 대개 보름이니 팁을 빼더라도 총 1200달러(약 132만원) 정도를 받는다. 메인 셰르파와 메인 가이드, 쿡(요리사)은 동급이다. 같은 일당을 받는다. 메인 셰르파 밑에 보조 셰르파가 있다. 보조 셰르파는 메인 셰르파의 반값 정도를 받는다. 쿡 밑에 쿡보이가 있는데, 서열상 보조 셰르파 밑이다. 포터는 쿡보이보다 아래다.

이철민(32) 유라시아트렉 팀장은 “개인적으로 올 때는 단체보다 셰르파에게 조금 더 지급하는 게 관례”라고 했다. 단체 트레커들은 한국 여행사를 통해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는 셰르파·포터 고용, 로지 예약,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에베레스트·로체·촐라체·아마다블람 등은 이 공원 내에 있다) 입장 허가 대행 등을 해준다. 셰르파들이 받는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얼마든지 ‘네고’를 통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3월 25일 남체
남체(3440m)에서 만난 정진건(60)씨는 개인적으로 온 경우다. 셰르파를 한 명 고용했다. 네팔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다. 정씨는 “셰르파(혹은 가이드)를 일당 50달러(약 6만원)에 고용했다”며 “알음알음으로 셰르파를 구할 수도 있지만 신원을 보장받을 수 없어 여행사를 통하는 게 믿을만하다”고 말했다. 포터까지 고용하는 개인 트레커도 있는데, 이 경우엔 셰르파가 포터를 관리한다. 포터는 여행사에 등록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 고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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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남체에서 고도 적응 중인 블랙야크 클린원정대.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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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남체에서 딩보체로 이동 중인 블랙야크 클린원정대.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호주인 크리스 풀러(42)는 토탈 얼론 트레커(total alone-trekker)다. 국립공원 입장 허가만 현지 여행사를 통하고 셰르파 한 명 없이 모든 일정을 혼자 소화했다. 풀러는 EBC 트레킹이 두 번째라고 했다. 풀러는 “2년 전 물을 적게 마셨고 잠을 적게 잤다”며 "중간에 돌아서야 했다"고 말했다.

물은 하루 5L 정도를 마셔야 한다. 김미곤 대장은 “수분 섭취는 혈액을 묽게 만들어 체내 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며 “피돌기가 원활해야 고소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과식은 금물이다. 과식은 복압(腹壓)을 높이게 되는데, 산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남체(3440m)·켄조마(3550m)에서 고소 증세를 느껴 식음을 거의 전폐하다시피 하다가 풍키텐가(3250m)로 올라가면 고도가 되레 낮아지면서 식욕을 되찾을 수 있는데, 이곳에서 과식을 하기 쉽다. 실제로 고소 증세로 내내 굶다가 풍키텐가에서 라면을 세 그릇이나 비운 트레커가 3860m의 텡보체로 올라가면서 급격한 복부 팽창으로 사망한 경우도 있다.

과식은 자제해야 하지만 간식은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 고도와 맞서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열량 소비가 엄청나다. 근육도 빠진다. 식단에 단백질이 꼭 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고소 적응 중인 고산 등반대는 낮은 곳으로 잠시 내려가서 쇠고기·계란 등 단백질을 집중 섭취하기도 한다. 이날 산소 포화농도 는 93%, 맥박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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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남체에서 사진 촬영 중인 서승범 작가.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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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남체에서 딩보체로 이동 중인 트레커들. 전날 밤부터 내린 눈 덕분에 길에서 풀풀 날리는 흙을 뒤집어 쓰지 않을 수 있었다.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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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딩보체
트레커들은 대개 남체와 딩보체(4410m)에서 이틀씩 묵는데, 체력 회복의 중요 기점이다. 숙소보다 높은 곳으로 원점회귀 트레킹을 다녀오면 고소 적응이 훨씬 쉬워진다. 보온에도 신경 써야 한다. 걸을 때는 벗고, 쉴 때는 입으라는 원칙을 지키면 된다. 남체부터는 샤워, 특히 머리감기는 금지다. 저체온증을 불러 올 수 있다. 로지에 온수가 나왔지만 꾹 참았다. 열흘 넘게 머리를 감지 않았지만 머리가 가렵거나 머리에서 냄새가 나지 않은 기이한 체험을 했다. 따뜻한 물을 물통에 담아 침낭에 넣어 체온을 유지하면 좋다.

남체부터는 음주 금지다. 로지에 진열된 캔맥주를 멍하니 쳐다봤다. 술을 잊을 최선의 방법은 수면이다. 저녁에 측정한 산소포화농도는 88%, 맥박 72.

3월29일 고락셉
로부체 패스(5110m)를 지나 쿰부 빙하지역에 들어서면서 너덜지대를 만났다. 고빗사위였다. 5000m를 훌쩍 넘고 비탈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일행이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고소 증세는 다리 힘이 빠지거나 비염·치통·몸살로 나타나기도 한다. 당장은 심호흡을 지속적으로 하면 체내 산소 유입이 많아져 증세가 완화될 수 있다. 두통이 심하면 소염진통제를 먹어도 된다.

지난해 히말라야 트레킹 최상급자 코스 그레이트히말라야트레일(GHT) 하이루트(1700㎞)를 한국인 최초로 종주한 문승영(38)씨는 “3000m 지점을 지나서는 이뇨제(아세타졸아미드 성분)를 아침·저녁으로 반알씩 복용하면 고산병 예방에 좋다”며 “아스피린은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줘 고산병 예방에 도움을 주지만 사고가 나면 지혈이 안 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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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로 향하면서 만난 트레커들. 이들은 고락셉에서 말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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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로 향하면서 만난 포터.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짐을 지고 가고 있다. 이번 트레킹에서 냉장고를 짊어지고 가는 포터도 봤다. 김홍준 기자


이날 산소포화농도는 93%에 맥박 63. 완전한 회복세였다. 그러나 로지에서 비스킷 한 통에 800루피(약 8000원)을 받자 난 경악했다. 맥박이 100을 넘은 것 같았다. 이철민 팀장은 "로지에서 파는 상품은 위로 올라 갈수록 점점 가격이 올라가는데, 남체까지는 콜라 한 병에 150루피, 그 이후로 250, 350, 500루피로 올라가다가 고락셉에서는 600루피를 받는다"고 말했다. 로지 숙박료도 올라간다. 남체에서 침대 한 대당 10달러인데, 고락셉에서는 30달러로 치솟는다.

3월31일 칼라파타르
5550m, EBC 트레킹 구간 중 가장 높은 곳이다. 전날 EBC로 향하면서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짐을 나르는 포터와 야크를 만났다. 포터와 야크에게는 무조건 길을 양보해야 한다. 야크를 만나면 계곡 쪽이 아니라 산등성이 쪽으로 몸을 피해야 안전하다. 직접 고용하지 않은 포터에게 “나마스테”라며 인사하는 건 되레 결례다. 다른 팀 셰르파에게 인사하는 건 괜찮다. 셰르파와 가이드·쿡의 이름은 꼭 알아두자. 그들은 “어이” “야” 등의 호칭이 비인격적이라는 걸 알고 있고 마음에 금이 간다.

헬기 한 대가 지나갔다. 헬기에 양손을 펴서 머리 위로 흔들거나 기분 좋다고 “야호~” 하면 안 된다. 모두 구조 요청 신호다. 김정배 팀장은 "헬기 구조비로 수백만~수천만원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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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최고 지점인 칼라파타르(5550m)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가운데)와 눕체(오른쪽).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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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만난 쿰부 빙하. 히말라야에서는 오후만 되면 이렇게 구름이 낀다. 복사열 때문이다. 왼편에 보이는 마을은 고락셉이다.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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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피자·사탕·육포 등을 틈틈이 먹었고 식사도 제때 하는 등 평소보다 2배 가까운 열량을 섭취했다. 하지만 칼라파타르에서 내려온 뒤 체중을 재보니 4㎏이나 빠져 있었다. 귀국 후 일행 몇 명과 통화를 했다. 그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했다. "4㎏? 난 8㎏ 빠졌어."

히말라야 트레킹 준비물은
지난 3월 하순과 4월 초순에 걸쳐 히말라야 트레킹을 한 기자의 배낭 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기자가 판단한 ‘민감도’ 순으로 정리한다.

- 중등산화 : 발목을 감싸 주며 방수가 되면 좋다. 경등산화 신고 가다가 발에 불난다.

- 물통 ; 1리터짜리와 500밀리리터 2개. 밤에는 뜨거운 물을 넣고 침낭에서 동침한다.

- 양말 : 쫀쫀하게 발목과 발바닥을 잡아주는, ‘데뷔’ 한지 얼마 안 되는 것들로 10켤레.

- 선글라스 : 한낮에는 강력한 햇볕에 눈에서 이글이글 불길이 치솟을 수도 있다.

- 랜턴 : 로지에서는 오후 9시 경에는 소등하기 때문에 필요. ‘뒷간 추락사고’ 예방에 절실.

- 침낭 : 구스다운 최소 1000g 함유. 로지에 이불이 있지만 정작 보면 덮을 기분이 안 든다.

- 배낭 : 하루 6시간 정도 걷기 때문에 물·간식·재킷을 넣을 수 있는 30~40리터짜리.

- 소염진통제 : 고도를 높이다보면 ‘골 때리는’ 일이 생긴다. ‘타이××’ 복용을 주저 마시라.

- 간식 : ‘스니××’ 15개. ‘초코다이×××’ 3개, 맥×봉 12개, 종합견과류 12봉지 등. 먹는 게 남는 것이다.

- 목도리 : 일명 ‘버×’, 쓰다보면 침이 다량 묻기 때문에 3개 이상. 침은 코스 상 저절로 나옴.

- 모자 : 비니 2개. 챙 넓은 모자 1개. 남체를 지나면 자나 깨나 비니를 쓰고 있는 게 좋다.

- 선크림·립밤 : 급격한 얼굴의 색소 변형으로 인해 가족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 휴지·물티슈 : 샤워를 못하기 때문에 물티슈의 고마움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우모복 : 추우면 서럽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잠깐 보류할 수 있도록 두툼한 것으로.

- 장갑 : 두꺼운 것, 얇은 것 최소 2개 필요. 얇은 것은 전철 불법판매상에게서 산 1000원짜리.

- 우의 : 눈이 와서 다행히 우의를 쓸 일 없었다. 그래도 ‘한방’에 갈 수 있으므로 준비해야.

- 슬리퍼 : 로지 안팎에서 어슬렁거릴 때 필요. 가로등이 없으므로 안전상 앞이 막힌 게 좋다.

- 카메라 : 장갑을 낀 채 재빠르게 촬영할 수 있는 ‘똑딱이’를 챙겼다. 3년 만에 켜봤다.

- 지도 : ‘여기는 어디인가’가 ‘나는 누구인가’로 이어지며 존재론적 회의에 빠짐을 예방.

- 팬티 : 솔직히 잘 안 갈아입게 된다. 8개를 가져갔지만 3개만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쿰부 히말라야=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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