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왼쪽)와 진해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조선소(오른쪽)의 야드와 독이 텅텅 비어 있다./조선비즈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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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형 조선소들은 대부분 성동조선처럼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채권단의 관리를 받으며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일감 부족에 시달려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5대 중형 조선소 중 한 곳인 한진중공업은 지난 1월 자회사 수비크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3월 채권단의 6874억원 출자전환 결의로 위기를 간신히 벗어났다. 대선조선은 지난해 매각을 시도했지만, 가격 조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STX조선해양은 피나는 회생계획안을 이행 중이다. 중형 조선소 중 가장 실적이 좋은 대한조선은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 배제되면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형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처럼 중형 업체들을 통합해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각자도생이 아닌 공동으로 힘을 모아 불황에 대응하자는 논리다. 한국 업체들의 경쟁국인 중국은 국영조선소 산하 중형 조선소들을 통폐합하고, 살아남은 곳에 대해 R&D(연구개발)와 영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중국선박공업(CSSC)과 함께 중국 양대 국영조선소로 꼽히는 중국선박중공업(CSIC) 산하 조선소 6곳을 3곳으로 통폐합했다. 반면 한국은 정부 지원 없이 기업 스스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형 조선소의 통합에 대해 "필요하지만 현실화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현재 살아남은 한국 중형 조선소들의 주력 선종들이 겹치지 않아 협력이 어렵다. 대한조선은 11만톤급 아프라막스 유조선, 대선조선은 소형 선박, STX조선해양은 5만톤급 중형 유조선 등을 건조하고 있다. 비슷한 선종을 건조하는 업체끼리 힘을 합쳐 경쟁력을 키우기가 어려운 것이다.
현재 살아남아 있는 업체들의 물리적 거리가 먼 것도 걸림돌이다. 중형 조선소 야드(작업장)는 대부분 전남권 또는 경남권에 위치해 있다. 공동으로 관리가 어려운 배경이다. 중형 조선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점도 협력을 가로 막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대형 업체들의 경우 합병 이후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갈 재무상태를 갖춘 업체(현대중공업그룹)가 있었지만, 중형조선소 중에는 이런 역할을 할 재무상태를 갖춘 업체가 없다"며 "업황이 개선되고 총대를 멜만한 업체가 나와야 가능한 시나리오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이어 "앞서 국내 중형조선소들에 통폐합 전략을 제안한 적이 있었는데, 경영권을 내놓는 데 대해 업체들의 거부반응이 심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업체들의 ‘홀로서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시급한 대책으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꼽는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선주사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는 지급 보증이다. RG 발급이 안 되면 선박 수주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 중형 조선소 고위 임원은 "정부 정책과 은행간 ‘온도차’로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며 "일감을 따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형 조선소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양종서 연구원은 "대형업체와 소형업체들과 달리 중형 업체들만 협회가 없다"며 "조합 형태로라도 이익단체를 만들면 정부에 R&D, 영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기자재 공동 구매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dw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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