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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제주녹지병원이 끝일까…17년 반복된 영리병원 논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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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영리병원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 등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녹지병원에 대한 허가는 취소됐으나 17년간 반복되고 있는 영리병원 논란을 근본적으로 종식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향신문

녹지국제병원 전경. 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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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취소는 당연한 결정”

제주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퇴진 촉구 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총체적 부실임에도 허가를 내줬던 녹지병원에 대한 허가 취소는 상식적으로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보건의료 특례 조례상의 의료기관 개설의 핵심 요건인 우회투자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점, 개설허가의 핵심 요건인 유사의료행위 경험은 그 어디에도 입증된 서류조차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허가를 내준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월5일 허가 당시에도 녹지병원을 운영할 의사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3월4일 법률로 정한 녹지병원 개원 기간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허가 취소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밝혔다.

도민운동본부는 또 “녹지그룹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녹지병원을 영리병원이 아닌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인근 일부 주민들은 녹지병원의 허가가 취소되면서 헬스케어타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녹지병원이 재점화한 영리병원 논란

녹지병원은 중국의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이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설립한 병원이다.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 당시인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면서 국내 첫 영리병원의 탄생을 예고했다. 사업계획서가 승인되자 녹지 측은 2017년 7월 건물을 준공했다. 제주도는 2017년 8월 녹지병원으로부터 개설허가 신청을 받았지만 6차례 허가를 연기하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원 지사는 결국 공론조사까지 거친 끝에 1년4개월 만에 권고안과 반대로 녹지병원의 개원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녹지병원은 47개 병상 규모이고, 진료과목도 ‘성형외과와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4개과다. 제주에 설립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병원이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국내 다른 병원과 달리 환자 진료를 통한 수익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고, 건강보험 의무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이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은 국내에서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세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즉, 모든 병원의 목적은 영리추구가 아닌 환자진료여야 한다. 이 때문에 진료나 수술 등을 통해 생긴 수익 역시 다시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반면 예외적으로 영리병원이 허용된 곳이 바로 국내 7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은 외국인 투자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이거나 500만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에 한해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 영리병원은 병원 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다. 즉, 투자자의 이윤추구가 가능한 것이다.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적용을 받지 않아 의료비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도민운동본부는 “자기마음대로 의료비를 책정할 수 있는 영리병원이 확산되면 주변의 비영리병원의 의료비에도 영향을 미쳐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다른 병원들의 역차별 주장도 거세지는 등 뱀파이어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리병원의 비싼 비급여 의료비를 위해 민간보험이 확대됨에 따라 의료양극화, 건강보험이 위축되는 의료민영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건강보험으로 다져진 의료체계가 흔들리고, 의료 공공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 측은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의료서비스 향상과 선택권 확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성장 산업으로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며, 고부가가치 외국 의료관광객을 유치해 관광산업의 활로를 열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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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가 개설허가 이전 녹지병원을 둘러보고 있다. ㅣ제주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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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반복되는 논란 종식은 언제

영리병원 설립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짧지 않다.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돼 영리병원의 근간을 마련하면서 17년간 이어졌다. 영리병원을 세우기 위한 시도도 여러번 있었으나 매번 사업자의 부실 또는 조건 미비, 시민사회단체 반발 등에 부딪혀 무산됐다. 정부의 사업계획서 승인과 제주도의 설립허가까지 이어져 ‘국내 첫 영리병원’이 된 것은 녹지병원이 처음인 것이다.

이처럼 17년간 매번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쟁이 반복되면서 근본적으로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범국민운동본부 측은 “제주뿐 아니라 앞으로 다른 경제자유구역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도민운동본부는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영리병원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작 국내 1호 제주 영리병원 추진에 대해서는 남의 이야기인 듯 철저하게 방관자적 입장을 취했다”며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법에 있는 영리병원 등 의료민영화 조항을 삭제하는 정부 차원의 입법적 노력에 즉각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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