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루테인·지아잔틴’이 대장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김정선 교수, 김지미 대학원생(박사 과정) 연구팀은 식품을 통한 루테인·지아잔틴 섭취와 대장암 발생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루테인·지아잔틴은 황산화 기능을 지닌 색소 물질로 시금치·상추·브로콜리 등 녹황색 채소와 달걀 노른자에 다량 존재한다. 주로 퇴행성 눈 질환인 황반변성과 백내장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국립암센터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700명(환자군)과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일반인 1400명(대조군)의 DNA 샘플과 생활습관, 식이 섭취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았다.

시금치·상추·브로콜리, 계란 노른자 섭취

이를 바탕으로 루테인·지아잔틴 섭취와 대장암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식이를 통한 루테인·지아잔틴 섭취량을 기준으로 4분위로 나눴을 때 가장 높은 군(≥4.35㎎/일)이 가장 낮은 군(<1.95㎎/일)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약 75% 낮았다. 루테인·지아잔틴 4.35㎎/일은 시금치 약 36g, 상추 약 250g, 브로콜리 약 310g에 각각 들어 있는 양이다.

특히 이들을 다이서(DICER1 rs3742 330) 유전자 내 단일염기 다형성 유전자형에 따라 분석했더니 ‘G 대립 유전자’가 있는 사람이 루테인·지아잔틴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A 대립 유전자’가 있는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약 68%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이서 유전자’는 생체 내 마이크로RNA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마이크로RNA는 크기가 22nt(뉴클레오타이드)정도 되는 미세한 RNA로 유전자 조절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선 교수는 “최근 개인별 ‘맞춤 영양’이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섭취한 영양소는 유전 형질에 따라 질병 발생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루테인·지아잔틴이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특히 개인 유전 형질에 따라 보다 향상된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3월호에 게재됐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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