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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효소 닮은 광촉매로 물→수소 전환효율 50%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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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광촉매'(흰색 조각)가 담긴 물에 빛을 쪼였을 때 촉매 주변에서 물이 분해돼 수소가 생성되는 모습. 전기분해 방식처럼 전압을 가하지 않아도 빛과 물만 있으면 안정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한 번 사용한 촉매를 회수해 오랜 기간 재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 제공=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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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실현의 첫 단계는 다량의 수소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것입니다. 물에 빛을 비춰 주기만 해도 수소를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는 신개념 광촉매를 개발했습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은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구단의 최신 연구 성과에 대해 이처럼 소개했다. 현 단장과 남기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d-오비탈제어소재연구단장(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김형준 KAIST 화학과 교수 등 공동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효소(생체 촉매)처럼 주변 환경에 최적화해 작동하는 '단원자 구리(Cu)-이산화티타늄(TiO2) 광촉매'를 개발하고, 물 분해 수소생성반응의 효율을 기존보다 50% 높이는 데 성공했다.

생체촉매인 효소는 수천 만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에서 점점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도록 발전해왔다. 현 단장은 "불균일촉매(반응 혼합물과 다른 상에서 작용해 재사용이 가능하고 저렴한 촉매)의 가장 큰 단점인 낮은 효율 문제를 해결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높은 효율, 낮은 가격, 친환경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새롭게 개발한 광촉매를 빛을 활용한 물 분해 수소생성반응에 활용한 결과, 쪼인 빛의 40% 이상이 수소생성반응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단장은 "효소의 작동원리를 모방해 개발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광촉매는 현존 최고 촉매활성을 가진 '백금(Pt)-이산화티타늄 광촉매'와 비등한 촉매활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촉매 1g으로 시간당 30㎖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순수 이산화티타늄 광촉매와 비교하면 반응 효율은 33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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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이 22일 서울 광화문 HJ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광촉매' 시연 동영상을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효소는 주변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조를 바꿔 활성점을 만든 뒤 특정 물질하고만 높은 효율로 반응한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해 광촉매인 이산화티타늄 위에 구리 단원자를 얹은 형태로 활성점을 구현했다. 그 결과 효소와 마찬가지로 구리와 이산화티타늄이 주변 환경에 따라 상호 간에 전자를 주고받으면서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응 후에는 촉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오랜 기간 회수 후 재사용이 가능하고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광촉매는 값비싼 백금 대신 구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다. 또 외부에서 전압을 가하지 않아도 물과 빛만 있으면 별다른 배출 가스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한번 사용한 촉매를 계속 재사용할 수 있는 만큼 폐촉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연구진은 단원자 구리-이산화티타늄 광촉매를 활용한 수소생성반응을 동영상으로 시연했다. 물이 든 반응기에 촉매 조각을 넣고 가시광선을 쪼이자, 촉매 표면에서 기포가 생성돼 올라오기 시작했다. 광촉매에 의해 물이 분해되면서 나온 수소 기체였다. 반응이 진행되면서 흰색이었던 촉매 표면이 검게 변했다. 다시 빛을 차단하자 반응이 멈췄고 이내 촉매 색도 다시 흰색으로 돌아왔다.

남 단장은 "이 같은 현상은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현상으로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수소생산은 물론 촉매를 사용하는 많은 화학공정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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