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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중증 정신질환 강제입원 어렵게 해놓고 병원 밖 관리는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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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희생된 경남 진주 ‘묻지 마 칼부림’ 사건 피의자 안인득의 가족이 사건 발생 2주 전부터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제도의 벽에 막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인득의 형은 4일 진주경찰서를 방문해 ‘응급입원’의 방법으로 동생을 입원시키려 했으나 도움을 얻지 못했다. 안인득의 가족은 최종적으로 ‘행정입원’의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의 힘을 빌려 보려 했으나 역시 소용이 없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하에서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방법은 보호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 3가지가 있다. 보호입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의 진단과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본인이 정신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으려 하지 않으면 말짱 헛것이다.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은 경찰이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만 실효성이 있다. 정부는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이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은 경찰이나 지자체가 보호자를 찾지 못해 병원비를 떠맡게 될 상황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보호자가 적극 나설 때조차도 경찰과 지자체는 소극적이었다.

그렇다고 경찰과 지자체만 일방적으로 탓하기도 어렵다.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은 ‘자신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경찰이나 지자체가 스스로 요건 충족의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전문의의 진단을 받기 위한 2주 내의 일시적인 입원인데도 그렇다. 나중에 인권침해 논란이 빚어지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6년 제정·시행된 정신건강법을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이름까지 바꾸고 강제입원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강제입원을 더 어렵게 만들 때는 병원 밖에서의 관리를 더 강화하는 방법이 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부는 뒤늦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경찰의 협력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으나 사생활 보호의 벽이 높아 정신질환자의 병력을 조회할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릴지는 의문이다. 졸지에 정신질환자의 범죄에 억울하게 희생된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정신질환자의 인권 못지않게 사회를 정신질환 범죄로부터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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