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필동정담] 이미자 60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가수 이미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그가 패티김을 언니라 부른다는 대목에 눈길이 갔다. 1941년생인 이미자는 패티김보다 세 살 아래다. 내 느낌엔 이미자가 훨씬 더 언니 같다. 트로트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자에 대한 최초 기억은 초등학교 입학 전, 그러니까 4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이미자는 '엄마의 가수'다. 어머니는 틈만 나면 이미자 노래를 흥얼거린다. 어린 나를 재우면서도 불렀다고 들었다. 그래서 이미자 하면 바로 어머니가 생각난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가 다음달 세종문화회관에서 60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이미자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앨범 560장, 곡수로는 2100곡 넘게 냈다. 전문가가 아닌 내 귀에는 대부분 곡 정조가 1959년 데뷔 시점에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60년 동안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않고 정상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압도적인 팬층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미자의 주된 팬층은 1930~1950년 사이 출생한 여성이다. 60년 전 사춘기 또는 신혼이었을 우리 어머니 세대다. 이미자는 인터뷰에서 "(근대화를 이룬) 위대한 세대와 함께 노래 불렀다"고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위대한 아버지들의 뒤에 서서 늘 가슴 졸였을 어머니들의 노래다. 그 시절을 묵묵히 살아낸 우리 어머니들이라야 그 엘레지에 온전히 감응할 수 있다. 이미자는 20대에 형성된 동성 팬덤이 80대까지 고스란히 이어지는 세계 가요사적으로 드문 사례다.

1960~1970년대 이미자는 왜색 논란으로 대표곡 '동백 아가씨' 등이 금지곡이 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나라가 온통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 덩어리이던 시절이었다. 노래에 국적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오늘날 트로트가 인기 장르로 뿌리내리게 된 데는 가수 이미자의 공이 또한 크다. 이미자가 있었기에 주현미도, 장윤정도, 홍진영도 있다. 트로트팬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나저나 내 또래들은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 이미자 60주년 기념 공연 소식을 들은 많은 어머니들이 아들을 조르지 않을까. 아직 어머니가 공연장에 갈 정도로 건강하다면 그것은 행운이다.

[노원명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