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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간강사 지원·제로페이·수소차…'잡탕'이 된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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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연구비 지원을 비롯해 제로페이 인프라 구축,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 등 추가경정예산 편성 취지에 적합하지 않은 사업들도 이번 추경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미세먼지 등 재난과 같은 상황 혹은 대량실업·경기침체 등이 우려될 때 추경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며 "올해 꼭 필요한지, 집행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 예산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간강사 지원 사업은 대표적인 정치권 민원 해소 사례다. 정부는 인문사회분야 시간강사의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연구비 지원에 추경 예산 250억원 투입키로 했다. 오는 8월 개정될 고등교육법의 현장 안착을 위해서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강사법은 주 9시간 이상 수업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강사가 교원의 자격으로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서 규정한 내용을 적용받도록 한 것이 골자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이 시간강사를 꾸준히 줄이고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을 늘려 되레 시간강사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강사법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추경을 계속해서 요청해왔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5월로 예상되는 상반기 추경에 방학 중 임금, 공익형 평생고등교육사업 도입, 사립대 우수강사 강의력 증진 지원사업 등 강사법 실행에 따른 문제해결 차원에서 예산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교육 관련 지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시간강사 지원은 인건비 지원 성격이 짙어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급하게 추진하는 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추경으로 조달하는 과정에서 여당 등 정치권 요구가 등장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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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출시된 제로페이 인프라 확충에 76억원을 투입하는 것 역시 논란거리다. 정부는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하지만, 실패한 정책에 정부 예산을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 및 정부의 기대와 달리 아직 시장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5억3000만원이었다. 같은 달 개인카드(신용·체크) 결제액(51조3000억원)의 0.001% 수준에 그친 셈이다. 제로페이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자 박영선 중기부 장관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나서서 제로페이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소비자·소상공인은 제로페이 활용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제로페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어려움 해소 차원에서 출발했는데, 원인(최저임금 인상)을 교정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쓰지도 않는 제로페이를 추경까지 해가면서 지원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성 교수는 "지급결제 인프라가 없는데 정부가 재원을 투입해 민간 투자가 유도되면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제로페이는 민간 투자를 구축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미 지급 결제 분야에서 민간 투자가 많이 이뤄져 있기 때문에 중복투자 문제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친환경차 대중화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수소차 구입(1467대 추가)을 지원하고 수소충전소 25곳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약 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대책으로 나온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지원 방안 역시 당장 미세먼지를 감축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수소차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필요한 일 이지만, 단순히 내연기관차 대신 수소차 몇 대가 더 돌아다닌다고 해서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들 지는 않는다"며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으려면 노후 경유차를 폐차한다든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것에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했다.

수소충전소 확충 문제 역시 관련 규제가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수소충전소가 부족한 서울 도심의 경우 충전소를 지으려면 부지 선정 단계부터 각종 규제에 부닥치게 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를 풀어줘야 하는데, 이달까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서울 도심에 수소충전소 설치가 허용된 곳은 5곳에 불과하다.

규제 샌드박스는 개별 기업과 특정 상품, 서비스에 국한된다. 관련 규제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한 충전소 사업자는 매번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건건이 승인을 받아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도심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서더라도 충전소 운영 과정에 적용되는 규제는 그대로다. 충전소 운영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셀프 충전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소차 운전자가 직접 충전하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은 충전소에 고용된 사람만 충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전 관리 책임자가 충전소에 상주해야 하는 규제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소충전소는 관련 규제가 많은 데다 충전소 1기당 투입되는 건설 비용도 일반 주유소나 LPG 충전소에 비해 커 빠르게 확충되긴 어렵다"며 "미세먼지 대책이라 해놓고 수소차 지원 정책을 끼워넣은 모양새"라고 했다.

세종=이승주 기자(s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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