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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케이뱅크, 검찰 고발로 증자 '빨간불'…딜레마에 빠진 대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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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부실화되면 향후 우리금융 M&A에 영향
내년 증권사 인수 추진…증자참여 여력 없어 고민

우리금융지주가 케이뱅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KT(030200)를 검찰 고발함에 따라 KT의 케이뱅크 지분 확대도 장기 표류하게 됐다. KT의 자본확충이 지연되면 영업이 어려워진 케이뱅크가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을 통해 케이뱅크 지분 13.79%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전환 이후 적극적인 입수·합병(M&A)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케이뱅크가 부실화될 경우 향후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M&A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 부실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는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사를 인수할 경우 금융당국의 인허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5일 "케이뱅크가 부실화되면 우리금융의 M&A 작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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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검찰 고발에…금융위 "지분확대 심사 계속 보류"

공정위는 공공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 담합을 벌인 것으로 드러난 KT와 LG유플러스(032640),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3사와 세종텔레콤(036630)등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33억27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KT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KT가 검찰에 고발되면서 금융당국이 진행하는 케이뱅크 대주주 자격 심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주주 자격 심사를 하는 금융위는 공정위 발표 이후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결정했으므로, KT에 대한 한도초과보유 주주 승인심사는 검찰수사 및 재판결과에 따른 벌금형 여부 및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 계속 중단될 예정"이라고 했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지분을 4%(의결권 없는 지분 10%)로 제한하고 있으나 올해 발효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정보통신기술(ICT) 주력 기업인 KT가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늘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케이뱅크는 이를 토대로 지난 1월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하고 3월에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되기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금융위에 신청했었다.

그러나 공정위 담합 조사가 진행되면서 금융위는 지난 17일 정례회의에서 심사중단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은행특례법상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자본확충이 지연되면서 이미 케이뱅크는 지난 11일부터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7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당기순손실 838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손실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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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증자계획 없다지만… "M&A 차질 우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가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원의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775억원이다. 시중은행들은 국제 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10.5%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데, 케이뱅크는 한때 BIS 비율이 10.7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대출상품 판매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이 장기 표류할 경우 영업을 할 수 없어 부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본금 1조원, 여신자산 10조원 정도는 돼야 은행이 갖출 최소한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며 "케이뱅크는 기존에 나간 대출이 상환돼야 신규대출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왔다. 이 문제가 계속되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케이뱅크의 추가 증가 가능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 출범 이후 비은행 부문 비중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 등의 M&A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 8일에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지주 출범 이후 첫 M&A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내년에는 증권사 빅딜을 노리고 있다. M&A를 위한 실탄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케이뱅크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케이뱅크의 금융주력자로서 부실을 지켜볼 수도 없는 입장이다. 특히 케이뱅크가 부실화될 경우 향후 있을 M&A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부실화되면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M&A를 인허가할 때 부정적 의견도 나오지 않겠느냐"며 "이런 점을 우리금융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증자에 참여하더라도 금액이 문제다. 케이뱅크가 정상 영업을 이어가려면 최소 5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우리금융이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를 인수하면서 약 1700억원을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2017년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했을 때의 가격이 4500억원이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케이뱅크 주주 간에 구체적인 계획이 거론되지 않았고, 현재로선 다른 계획을 얘기할 단계도 아니다"며 "KT와 케이뱅크는 지분 확대가 장기 표류하거나 아예 안되는 방향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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