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치료·관리 제대로 했으면 막을 수 있었을 참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진주아파트 참사’ 피의자, 살인 등 혐의 25일 검찰 송치

경찰 “치료 중단 이후 증세 악화돼, 계획적 범행 저질러”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진주 아파트 참사’와 24일 ‘창원 아파트 살인사건’은 모두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것인데, 치료와 관리만 제대로 했더라면 이들의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 사건의 피의자를 모두 조사한 경남경찰청 소속 방원우 범죄심리분석가는 25일 “이들은 조현병 환자인데, 증세는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창원 아파트 살인사건을 저지른 ㅈ아무개(18)군은 망상·환청·대인기피 등 편집형 조현병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진주 아파트 참사 피의자 안아무개(42)씨는 전혀 다른 모습, 즉 상세 불명 조현병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두 사람 모두에게서 조현병 치료 과정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의사가 장기간 관찰하며 정확히 처방할 수 있도록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거나, 지속적으로 관리·관찰하는 보호자가 있었다면 범행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진주 아파트 참사’ 피의자 안씨는 2010년 폭력 혐의로 구속돼, 같은 해 7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조현병 판정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안씨는 진주 한 정신병원에서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2016년 7월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안씨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았고, 병원에도 대부분 혼자 다녔다. 그는 2016년 7월 말 임의로 치료를 중단했고, 범행을 저지를 때까지 33개월 동안 치료를 받지 않았다. 안씨는 폭력적이고 이상한 행동으로 지난해부터 범행 전까지 모두 8차례 경찰에 신고됐는데, 경찰은 치료 중단 이후 조현병 증세가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창원 아파트 살인사건’ 피의자 ㅈ군은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인 2017년 11월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학교에서 이상증세를 보여 자퇴했고, 학업 중단 직후 편집형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입원치료를 권유했으나, ㅈ군이 거부해 범행 직전까지 통원치료만 했다. ㅈ군은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아버지가 일하러 나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집 안에서 지냈다. 경찰은 “의료진이 ㅈ군을 장기간 관찰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꾸준히 투약은 했지만, 증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대 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앓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개 치료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불구덩이에 들어가려는 사람을 놔둘 수 없는 것처럼, 의학적 측면에서 환자 인권만 중시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보호자가 계속해서 환자를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 진주경찰서는 25일 ‘진주 아파트 참사’ 피의자 안씨를 살인·살인미수·현주건조물방화·현주건조물방화치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안씨는 지난 17일 새벽 4시25분께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황급히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러 사망 5명 등 21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현병 환자인 안씨가 피해망상으로 쌓인 분노를 터뜨리기 위해, 범행 1개월 전 재래시장에서 흉기 2개를 구입하고, 범행 당일 새벽 1시50분께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최상원 김영동 기자 csw@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