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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기부천사 할머니, 만수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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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전 재산 희사 신언임 여사 미수연 마련

김수갑 총장 “고귀한 뜻 받들어 인재양성 최선”
한국일보

신언임(가운데) 할머니와 김수갑 충북대총장이 24일 신 할머니 미수연 축하 케익을 함께 자르고 있다. 충북대는 전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희사한 할머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생일상을 차려드렸다. 충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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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님 은덕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이룰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그 고귀한 뜻을 잊지 않고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던 24일 오후 충북 청주시의 한 식당. 김수갑 충북대총장이 이날 미수(88세)를 맞은 신언임 할머니에게 축하를 드리자 대학 관계자와 할머니 친지, 학생 등 30여명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신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우리 학생들이 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나는 더 바랄게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행사는 충북대가 신 할머니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만수무강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한 미수 기념 잔치. 대학 측은 화사한 봄꽃과 함께 지능형 전자지팡이와 인삼 세트를 할머니에게 선물했다.

신 할머니는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전 재산을 충북대에 장학 기금으로 기탁해 ‘충북대의 어머니’로 불린다.

그는 1993년 청주 도심에 있는 시가 33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충북대에 기부했다. 이어 2011년 9월 충북대 개교 60주년을 맞아 현금 10억 3,000만원을 내놓더니, 지난해 12월엔 마지막으로 남은 8억원대 부동산을 기탁했다. 할머니가 장학금으로 내놓은 재산은 총 51억 3,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할머니가 평생을 행상, 노점상을 하면서 억척스럽게 모은 전 재산이다.

충북대는 할머니의 기부 재산으로 ‘신언임 장학금’ ‘신언임 충효장학금’ ‘신언임 로스쿨장학금’ 등 3가지 장학금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이 180여명에 달한다. 이들 장학생과 할머니는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명절 때나 할머니 생신이 되면 학생들은 할머니를 찾아 정을 나눈다. 2009년에는 장학금을 받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할머니의 은혜에 감사하는 문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충북대는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2011년 교내 식당에서 전 교직원과 장학금 수혜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 할머니의 팔순 잔치를 열었다. 2012년에는 할머니에게 명예행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대학 측은 2015년 새롭게 꾸민 평생교육원 강당을 ‘신언임 홀’로 명명했다.

조금홍 충북대 홍보팀장은 “여사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도 ‘그냥 젊은 사람들이 돈 걱정없이 공부하는 걸 보고 싶어서’라고만 말씀하신다.”며 “나눔과 베풂을 실천한 여사님은 영원한 충북대인의 어머니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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