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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서울대 후문 주변을 벤처 밸리로… 인재가 몰려드는 區로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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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

"신림·서부·난곡선 순차적 개통… 고질적인 교통난도 조만간 개선"

조선일보

/박상훈 기자


"서울 관악구를 서남부의 베드타운으로만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서울대를 품고 있다. 서울대와 협업을 교두보로 삼아 더 많은 인재가 몰려드는 지역으로 변모시키겠다." 박준희(56·사진) 서울 관악구청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관악구를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중관춘 같은 세계적인 산학 협력 지역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가 스탠퍼드·UC버클리 학생들의 창업의 요람이 됐고, 중관춘이 베이징대·칭화대와 시너지를 내면서 중국의 IT 중심지로 발전한 것처럼 관악구도 서울대와 함께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서울대 후문 낙성대 일대를 벤처 밸리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계획은 순차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올해 초 5층 건물의 3~5층에 초기 벤처기업 10곳이 둥지를 튼 '관악 창업공간'이 생겼다. 올해 말에는 갓 창업한 기업들은 물론 이들을 위한 투자조합, 법률, 세무, 회계사무소까지 한곳에 아우르게 돼 자족 기능까지 갖춘 5층 건물 '낙성벤처밸리 앵커시설'도 문을 연다.

박 구청장은 "(서울대 사람들이) 공동체 구성원으로 터전을 잡지 못하다 보니 이들에게 관악구는 '(졸업과 함께) 떠나는 도시'처럼 돼버린 측면이 있었다"며 "다음 달에는 투자자, 예비 창업자, 대학생 등을 한자리에 모아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낙성대 스타트업 페스티벌'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관악구의 고질적인 교통난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50만4000명의 관악구는 서울 25개 구 중에서 다섯째로 인구가 많지만, 지하철 노선은 2호선 한 개뿐이고, 역도 4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림선(2022년 완공 예정), 서부선(2026년 완공 예정), 난곡선(2022년 이전 착공 예정) 등 경전철 3개 노선이 순차적으로 개통될 예정이어서 '전철 사각지대'는 옛말이 될 전망이다.

벤처 밸리와 경전철이 관악의 미래를 상징한다면, 과거를 상징하는 것은 신림동 고시촌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뒤 신림동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취업 초년생, 일용직 노동자가 거주하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박 구청장은 "낙후 지역을 정비하는 도심재생뉴딜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예전의 활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시촌이 가진 역사·문화적 의미도 함께 살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임 9개월째를 맞는 초선 구청장이지만 주변에서는 '구정(區政) 17년 차'라는 말을 듣는다. 구청장에 앞서 관악 지역에서 구의원 8년, 시의원 8년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만든 시설이 구청 1층에 카페처럼 조성한 공간인 '관악청(聽)'이다. 그는 매주 화~목요일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관악청에서 상주하면서 한 번에 40~50명의 주민과 직접 일대일로 만난다. 박 구청장은 "직접 접한 주민 민원 중에는 법에 맞지 않거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구청장이 만나 말을 들어준다는 사실 자체에서 신뢰를 갖는 분이 많다"며 "소통과 협치, 이청득심(以聽得心)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앞으로도 관악청을 자주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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