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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장비, 속은 조조'…문희상 "저승서 DJ·盧 어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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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들과 설전 벌이는 문 의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여야 4당의 선거제 등 패스트트랙 문제로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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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주의를 추구하며 대화와 타협을 중시해 온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기 중 최대 난국을 맞았다. 정례적으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열어가며 현안을 조율해왔지만 더이상 대화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이 합심해서 선거법ㆍ공수처법ㆍ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밀어붙이자 외톨이가 된 한국당은 단단히 뿔이 났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며 강경 투쟁 방침을 밝혔다.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의 극한 대치는 25일 극에 달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해당 상임위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이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사보임 된 후 국회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를 막지 못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를 짜서 국회 정치개혁특위, 사법개혁특위 회의장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고 법안 접수를 몸으로 막겠다며 국회 의안과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 시각 문 의장은 병원에 있었다. 국회가 아수라장인데 국회의장은 사보임 건을 병상에서 결재하는 ‘웃픈’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 관계자는 “전날 예고 없이 의장실에 난입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고성이 오가면서 저혈당 쇼크가 왔다. 지금은 좀 안정을 되찾았지만,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좀 더 병원에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세균 의장은 부당한 사보임에서 김현아 의원을 지켰는데 문희상 의장은 지키지 않았다”며 “국회의장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꼭두각시가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국당은 “건강에 지장이 없길 바라지만 그 모든 것이 할리우드 액션일 가능성이 다분하다(정용기 정책위의장)”며 ‘꾀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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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얼굴을 만지는 장면. 자유한국당은 이날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안건) 지정에 반발해 문희상 국회의장실에 집단 항의방문 과정에서, 문 의장이 임이자 한국당 의원에게 논란의 소지가 있는 신체 접촉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뉴스1]




심지어 성추행 논란도 불거졌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지난 24일 “문 의장이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에 답변을 거부한 채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 하는 과정에서 임이자 의원의 복부를 두 손으로 접촉했다. 임 의원이 ‘이러면 성희롱’이라고 강력 항의하자 문 의장이 ‘이렇게 하면 되겠냐’며 임 의원의 얼굴을 두 차례 감싸고 어루만졌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발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대해 문 의장측은 “여성의 신체를 무기 삼아 의장의 진로를 가로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순하다”고 주장했다. 박수현 의장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 섭섭하고 서글프다. 국회 수장이자 정치 대선배가 충격으로 병원에 계신데 ‘의장님 용태가 어떻냐’는 전화 한 통 없고 ‘할리우드 액션’ ‘성희롱’ 같은 듣기조차 민망한 단어들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6선 의원인 문 의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 당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있기에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협치와 통합을 하지 않으면 개혁의 동력이 안 생긴다”고 강조해왔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할 때마다 “20대 국회는 협치가 숙명”이라는 말도 자주 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협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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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19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문희상 비서실장에게 업무사항을 지시하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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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얘기를 듣는 문 의장이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난국은 그로서도 좀처럼 해법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문 의장은 최근 사석에서 “나중에 저승 가면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슨 면목으로 볼지 걱정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현 상황에 비춰보면 문재인 정부가 더 힘이 빠지기 전에 핵심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장으로서 힘을 보태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관계자는 “역대 국회의장들이 항상 협치와 타협을 강조했지만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엔 친정의 손을 들어줬다. 문 의장도 예외일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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