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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뉴스] 성범죄 의사가 또 내몸을? '철갑면허' 20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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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저질러도, 같은 범죄 또 저질러도 의사면허 이상無

20년前 '의약분업' 의사들 집단반발…다독이려 '철갑면허' 선물

자격요건 강화 위한 법안만 26개…논의도 못한 채 거의 폐기

CBS노컷뉴스 윤지나·김정훈·오수정 기자, 민경남 PD, 이상학·오민주 인턴기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제보 : newsshow981@gmail.com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의 코너입니다.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윤지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윤지나> 의사 자격 얘깁니다. 고대 의대생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몰래 촬영까지 했던 의대생들이 출교를 당했다가, 학교를 옮겨 내년이면 의사가 될 거라는 소식, 꽤 논란이 됐죠. 이렇게 생명을 다루는 의사, 예비 의사들의 범죄가 잊을 만하면 보도가 됩니다. 오늘 훅뉴스에서는 매번 논란이 되는 의사들의 자격 문제를 집중해부 하겠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환자를 보고 있는 의사들의 실태도 고발합니다.

◇ 김현정> 숨겨진 사례들을 추가로 확인했군요.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자격을 지키는 현실, 이 상황이 가능한 이면, 역사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봤군요.

◆ 윤지나>청취자분들도 그간 보도들 찾아보시면, 관련 기사들의 마지막이 항상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 잠자는 중"으로 마무리되는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문제의식은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면허를 유지하는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가져왔습니다. 관련 법안을 전수조사했고요, 20년 전 사건까지 뒤졌습니다.

◇ 김현정> 심층취재팀이 찾은 케이스부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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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이해관계가 달린 일에 조직력을 강하게 발휘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당시 의사들이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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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나> 환자를 성추행한 뒤 여전히 환자들을 받는 의사를 찾았습니다. 이 의사는 20대 여성 환자의 척추치료를 한다면서, 시술 과정에서 여성 환자의 속옷을 벗기고 음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2017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현재도 여전히 척추교정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직접 들어보시죠.

"(교정치료 시설 운영은 괜찮으신 거죠?) 물리치료사들이 개인적으로 교정원, 체형교정원 이런식으로 해가지고 개인적으로 샵 차려서 하는 경우도 많고요."

◇ 김현정> 성범죄 전력자가 2년 만에 다시 환자들 몸을 만진다는 말이에요? 의사 면허는 유지하고 있고요?

◆ 윤지나> 네.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근거로 보건복지부로부터 '자격정지' 한 달 처분을 받은 게 전부예요. 현행 의료법상 면허취소는 의료행위와 관련된 매우 한정적인 범죄에만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살인, 강간, 납치 이런 흉포한 범죄와 의사면허는 상관이 없습니다.

◇ 김현정> 자격증 발급 등으로 국가 인정하는 전문가, 예를 들어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국립대학 교수, 공무원들... 이런 전문직들의 경우 상상 못할 일이죠?

◆ 윤지나> 네. 우리나라 대부분 전문직들은 형사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선고를 받는 경우 전문직 관련 등록이나 자격이 취소됩니다. 심지어 파산 선고부터 결격 사유예요.

◇ 김현정>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만,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자격이 유지된다. 이해가 안가는데요?

◆ 윤지나> 현행 제도대로라면, 의사가 의도적으로 환자를 살해해도 의사 자격을 규제 하기 어렵습니다. 제 주위의 의사들도 이 정도까지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아주 아주 드물게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 경우도 다시 자격을 살리면 그뿐입니다. 형을 마치고, 개전의 정을 보이면 면허를 재교부 한다는 게 보건복지부 방침입니다. 공무원 한 두명이 반성문 정도를 보고 면허를 내주는 식인데, 정해진 서류도 구체적인 기준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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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됐던 의사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신청 의사가 면허를 다시 받았다. (자료=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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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심지어 살인을 해도 면허가 유지되니까...전과가 있는 의사들 상당하겠네요.

◆ 윤지나> 네. 아예 그냥 전과도 아니고,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입건이 된 의사들이 얼마나 되는지 볼까요?

◇ 김현정> 이미 전과가 있는데 다시 범죄 피의자가 된 의사요? 그러니까 재범이라는 거죠?

◆ 윤지나>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경찰청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죄를 '또' 저지른 의사들이죠. 한해 1500명 이상 꾸준히 나오더라고요. 살인이나 강간 같은 강력범죄 피의자가 된 전과자 의사들도 적지 않은데, 그 수가 2016년엔 46명, 2017년 44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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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장정숙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2011년 이후 직업이 의사인 피의자 및 전과 피의자'자료를 보면, 강력·폭력 범죄 피의자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다.이들 범죄혐의는 의사면허 취소와는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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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들 전과자, 재범 의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모니터 체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병원에 갔을 때 이 의사가 전과자인지, 심지어 연속적인 범죄를 저지른 의사인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반복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의료행위를 계속하는 의사를 찾아 봤습니다. 2013년 '대구 지향이 사건' 기억하실까요?

◇ 김현정> 친모가 27개월 된 아이를 학대하고 방치해서 숨지게 한 사건이었죠.

◆ 윤지나> 이 사건 뒤에는 허위검안서를 써줬던 의사가 있었습니다. 당시 의사는 부모의 말만 듣고 단순 병사로 검안서를 작성했어요. 그런데 앞서 1999년에도 똑같이 허위검안서를 작성했던 전과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 번이나 같은 범죄를 저지른 건데, 지금도 병원을 운영하면서 검안의 역할도 계속하고 있더라고요. 직접 만나봤습니다.

"(집행유예 나오고 했는데 그 이후는 어떻게 됐는지?) 벌 다 받고 새로 개업을 해서..(2013년 이후에 다시 개업하신 거?) 예 (검안을 두 차례 잘못한 일이 있는데 최근에도 검안하는 게 잘못된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던데) 병사. 장례식장에서"

◇ 김현정> 죄를 짓고도 의사를 하고, 심지어 같은 죄를 저질러도 의사를 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죠?

◆ 윤지나>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닙니다. 20년 전에는 의사들이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변호사나 공무원 자격기준과 마찬가지로 면허를 잃었어요. 지금처럼 의사면허 박탈 요건이 '의료법과 보건의료 관련법 위반'만으로 국한된 건 1999년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알아보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봤는데 기록 자체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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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는 관련 개정안 기록들. 본회의 회의록이 있지만, 투표 결과 내용만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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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했는데 공식 기록이 없어요?

◆ 윤지나> 그래서 20년 전 관계자들을 어렵게 찾아봤습니다. 확인해 봤더니 해당 개정안은 참여정부 당시 정부입법이었습니다. 당시 행정규제 완화 차원에서, "국민의 의료 이용편의와 의료서비스의 효율화를 도모하려는 것"이 개정 배경이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의사면허 자격완화가 '국민 의료 이용 편의'를 위한 거다, 이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네요.

◆ 윤지나> 당시 정부는 문제의 이 의료법개정안을 포함해, 10개 법률을 하나로 묶어 한꺼번에 통과시키려고 했어요. 기록이 없으니 증언을 통해 복기를 해볼게요. 당시 보건복지위 상임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번거롭더라도 10가지 법률에 해당되면 하나하나 다 고쳐야 하는 게 맞죠. 사실은 중요한 건데, 관심 밖으로 그냥 넘어가는...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죠. 오히려 그런 효과를 의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 김현정> 정부도 문제가 될 걸 알아서 묶어서 슥 넘기려 했다는 거예요?

◆ 윤지나> 결과적으로 무슨 논의가 오갔는지 아무 흔적도 없이 본회의까지 통과가 된 건 사실입니다. 저희 팀이 한 걸음 더 들어가 봤어요. 진짜 배경엔 뭐가 있었던 건지, 당시 보건복지위 소속이었던 김홍신 전 한나라당 의원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들어보시죠.

"그때 의약분업 때 의사들을 달래야 했거든요. 그때 굉장히 시끄러웠잖아요. 진료거부까지 나갔을 걸요. 반대급부로 그쪽을 달래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랬을 거예요. 정부하고 의사쪽하고 법을 찬성하는 의원들 있잖나. 미리 조율을 했고. 의사들이 워낙 세게 달려드니까"

◇ 김현정> 의사들이 세게 달려들어서, 조율을 했다?

◆ 윤지나> 의사가 진찰하고 약사가 약을 처방하는 의약분업, 지금은 상식이 된 이 정책을 당시에 정부가 시행했어요. 의사들이 엄청나게 반발해서 대규모 집회하고 집단 폐원하고 난리였습니다. 그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정부는 반대급부를 주기로 한 거예요.

◇ 김현정> 의사 면허에 대한 관리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으로.

◆ 윤지나> 네. 일종의 파워게임을 통해,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거래를 한 셈입니다. 큰 역할을 한 국회, 당시 보건복지위 소속 16명 의원 중 5명이 의사였습니다. 단일직종이 이렇게 비율이 높은 경우도 찾기 어렵습니다.

◇ 김현정> 의사 자격논란의 시작, 훅뉴스 팀에서 문제의 1999년 상황을 확인했고요. 그렇다면 이후 상황을 볼까요. 의사가 가해자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의사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들 계속 나왔잖아요. 이건 다 어떻게 된 건가요?

◆ 윤지나> 네. 그 부분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년간 의사 자격에 제약을 두는 개정안들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저희 팀이 이 기간 관련법 개정안과, 회의록들을 다 들춰봤습니다.

◇ 김현정> 몽땅 봤어요. 얼마나 되든가요.

◆ 윤지나> 살인이나 성범죄 등 일반 형사범죄와 관련한 게 17건, 면허대여 등 의사윤리와 관련해 의사면허를 박탈하자는 법안이 9건, 총 26건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료비를 허위청구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 외에, 형사범죄와 관련해 의사 면허에 제한을 두자는 안들이 모두 폐기됐습니다.

◇ 김현정> 살인이나 강간 같은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조차도 제한을 못한 거예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 윤지나> 발의에 참여한 의원실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부분, 의사집단을 상대하기가 버겁다는 말입니다. 일단 이들 법안을 낸 의원들, 수모란 수모는 다 당했더라고요. 성폭력 전과자의 의사면허를 제한하는 법안, 강기정 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이던 2007년 발의했어요. 의사들의 압력으로 한번 철회까지 됐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직접 들어보시죠.

"제 법은 낸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냅니다. 내놨는데 일부 의원들이 의협, 말하자면 압박에 철회를, 공동발의 철회를 해서 일주일 뒤에 다시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냅니다. 그것을. 엄청나게 의협의 간부들이 압박을 했죠. 그 법에 대해서. 국회의원도 아프면 병원에 올 거다. 너는 뭐 병원에 안 오냐. 아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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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을 대상으로 의사면허 제한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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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의사들의 로비가 협박에 가까운 수준인가 봐요.

◆ 윤지나> 직접 들어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2016년 강석진 한나라당 의원이 의료 중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제한하자며 개정안을 냈습니다. 최대집 현 의협회장이 당시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적으로 강 의원을 공격하는 수준이 이 정돕니다.

"남의 인생이 그렇게 우스워 보여요, 우스워 보여? 면허정지 10년? 죽으란 말이야 뭐야! 어떤 놈의 새끼들이 국회의원이라고 이따위 법을 내놓고 있어. 이러고도 의료계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발의안을 낸 의원들을 응원해줘야겠네요. 지역에서 조직표와 후원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법을 낸 거니까요.

◆ 윤지나>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닙니다. 저희 팀이 회의록을 다 들춰봤다고 했잖아요. 법안을 내면 뭐합니까. 제대로 국회 상임위에 상정이 된 게 손에 꼽습니다. 한마디로 세게 안 붙은 겁니다. 법안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게 상임위 내 법안심사소위원회거든요, 거기까지 간 법안이 지난 20년간 몇 건일 것 같아요?

◇ 김현정> 몇 건인가요.

◆ 윤지나> 20년 간 단 5건입니다. 회의 때 언급이라도 되려면 법안소위까지 가야하는데, 그게 20년 간 5번의 기회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 김현정> 너무하네요. 그럼 전체회의 때 "이런 법안이 있습니다" 전문위원이 설명만 하고 의원들은 "그래, 누가 법안을 냈나 보구나" 끄덕끄덕하고 대부분 끝났다는 거네요.

◆ 윤지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렵게 법안소위까지 간 법안들, 회의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오갔나 보겠습니다. 여기서라도 치열하게 논쟁이 오고갔다면, 그래도 위안이 될 거 같은데요. 2011년에 최영희 김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관련 개정안이 논의가 되긴 합니다. 그런데 회국민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의 발언들이 상당합니다.

◇ 김현정> 예를 들면요?

◆ 윤지나> 의료인이 성범죄로 면허 취소를 당하면 안 된다면서, "요즘 환자가 영악하다", "촉진하는데 방어적 진료가 이뤄질 거다" 이런 식의 얘기들을 합니다.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며 돈을 뜯어가는 블랙컨슈머 얘긴데,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실제로 의사협회 측이 면허 제한을 반대하면서 주로 드는 근거도 주로 블랙컨슈머 얘깁니다.

"이런 과정에서 이걸 잡으려다가 사실 진료행태 자체를 바꿔버린 거다. 애매한 거 있잖아요. 성추행인지 환자를 위한건지. 환자는 불쾌감을 느꼈는데 알고 보니 진짜 진찰인 경우도 있거든요" (박종혁 의협 공보이사)

◇ 김현정> 성범죄 같은 경우도 윤 기자가 케이스로 들고 온 것처럼 법원에서 확정판결까지 난 건 얘기가 다르죠. 게다가 살인 같은 흉악한 범죄조차 면허 제한 사유가 안 되는 건 설명이 안 되잖아요.

◆ 윤지나> 13만 의사들 다수가 의협의 생각과 같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이들을 대표하는 의협 입장에서 의사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나 제도를 만들어 보려고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고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도 의사집단의 압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을 순 없겠죠. 그렇다면 정부는 어떨까요.

◇ 김현정> 정부가 중요하죠. 사회적 물의를 빚는 사건이 이렇게 자주 되풀이 된다면, 정부라도 나서서 입법발의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 윤지나> 그런데요, 정부 입법은 지난 20년 간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극도로 수동적이다?

◆ 윤지나> 그렇습니다. 2012년 회의록으로 구체적 예를 들어 볼까요? 이언주 의원이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경우 면허 영구 취소 필요성이 있지 않냐며 정부가 나설 것을 제안합니다. 굉장히 상식적인 지적인데, 정부 관계자는 확답을 안 하고 말을 돌리다가 '면허관리위원회'를 둘 수 있다며 책임을 의협 쪽에 미룹니다.

◇ 김현정> 정부마저도 의사들이랑 척을 질 수 없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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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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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나> 정확히는 눈치를 본달까요. 의료정책을 추진하는데 의사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니까요. 대놓고 척을 질 수는 없는 겁니다. "우린 의사 눈치를 본다"고 말하는 정부 관계자는 없을 테니까요, 대신 이런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들을 전해드릴게요. 국회 한 의원실이 '자격정지 의사목록'을 복지부에 요구했더니 제출을 못한다고 했답니다. "이거 나가면 의사들이 난리난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해요. 또 다른 의원실 사롄데요, 의사들을 견제하는 법안을 냈더니 정부 측이 의원실을 '이상하게' 걱정해 줬다고 합니다. 황당한 얘긴데, 이건 한번 직접 들어볼까요.

"정부가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죠. 의료법을 상당히 두껍게 개정안을 낸 적이 있어요. 복지부 담당 간사가 와서 저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보좌관님 큰일 난대. 이렇게 많이 한꺼번에 내면. 자기들은 한 줄 고치는 데도 의사들하고 협의해서 냈대요. 정부가. 그런데 이렇게 왕창 법안을 내면 어떡하냐고"

◇ 김현정>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네요. 정부와 국회, 의사가 어떻게 의료소비자 국민을 소외시키고 있는지 제대로 들여다 보니까, 문제의 심각성이 확실히 인식됩니다.

◆ 윤지나> 나의 몸을, 우리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성범죄자, 심지어 살인자일 수도 있는 상황. 적어도 다른 전문직만큼의 기준 정도라도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 성추행 고대생들, 내년에 의사가 되면 다시 한 번 같은 논란이 일겠죠. 20년 전 잘못 끼운 단추,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맞춰야 하겠습니다.

◇ 김현정> 잘못을 저지른 의사는 소수지만, 누군지 모르는 그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건 의료소비자 전체, 우리 국민들입니다. 필요한 조치가 더는 미뤄지지 않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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