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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카페인 알약·포도당 캔디에 빠진 수험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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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현지 양(18·가명)은 지난달부터 고농축 카페인 알약을 먹기 시작했다. 김양은 "고3이라 1시간이 아쉬운데 도저히 잠을 참을 수가 없어서 고농축 카페인 알약을 찾게 됐다"며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를 반복해서 마시면서 내성이 생겼는지 이제 이런 걸로는 잠이 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양은 "한 번은 공복에 카페인 알약을 먹고 속이 메스꺼워서 토할 것 같았다"면서 "끊기는 그렇고 반으로 쪼개 먹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교 중간고사 기간을 맞은 청소년들이 집중력 향상과 졸음 방지를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정 성분이 더 많이 들어간 영양제를 더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해외직구'도 즐겨 이용한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공복에 영양제만 챙겨 먹거나 권장량을 넘겨 먹는 식의 잘못된 복용법으로 부작용을 겪고 있어 맹목적인 복용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을 비롯한 학생들은 건강기능식품으로 각종 비타민 제품과 홍삼 가공 제품 등을 즐겨 찾는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채동엽 군(18)은 "비타민과 마그네슘, 칼륨, 아연 등이 들어간 종합비타민제와 피로회복제 등 하루에 세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을 챙겨 먹는다"며 "어떤 날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어서 건강기능식품만 먹는다"고 말했다.

또 수험생끼리 공부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체력 관리를 위해 홍삼 가공제품과 유산균, 오메가3는 물론 종합비타민과 면역력 비타민, 피로 회복용 비타민을 나눠 먹는다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일부 학생은 주사로 맞는 포도당 수액을 먹는 제품으로 제조한 포도당 영양제를 섭취한다고 밝혔다. 인천 부평에 사는 차하영 양(18·가명)은 "홍삼 제품은 체질상 먹지 못해서 대체할 만한 제품을 찾게 됐다"며 "6개월 전에 포도당 영양제 제품을 찾아 마셔봤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포도당 제품을 검색하면 링거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포도당 캔디와 티백, 음료 등이 나온다.

잠을 깨기 위해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제품을 찾는다는 학생도 많았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지수 양(17·가명)은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하루에 세 잔 넘게 커피를 마신다"며 "작년 여름에는 인터넷에서 카페인 알약을 구매해 친구들끼리 나눈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뜨거웠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정명주 씨(48·가명)는 "영양제 대신 일반 음식이나 생활습관을 통해 체력을 관리했으면 싶다"면서도 "아이들이 제품을 먹고 효과를 느낀다고 말하니 알아서 살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어 정씨는 "요즘에는 인터넷 해외직구가 편해져서 엄마들끼리 한 번에 대량으로 사서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세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의 해외직구는 매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다. 2014년 211만2000건에 달한 건강기능식품 해외직구 수치가 작년에는 214% 급증한 약 663만8000건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전문의약품을 편법으로 구매하려는 시도도 불거지고 있다. 집중력 강화에 효과가 있다고 잘못 알려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약물이 대표적이다. 특히 진단을 위한 별도의 물리적 검사 없이 대화만으로 약을 처방해주는 곳도 있어 증상을 흉내만 내고 약을 쉽게 받으려는 사례도 포착된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두통과 두근거림, 불안, 불면증, 구토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김정하 중앙대병원 교수는 "고카페인 음료나 정제된 카페인 제품은 일시적으로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몰려와 학습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신체적인 문제를 넘어 행동 발달이나 심리 상태에도 문제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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