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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끝없는 문답… 자유로운 생각 가능케 해” ['2019 미래교육' 현장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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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여중 학생들에게 듣는 ‘미래교육’ / 정답 없는 문제 출제해 사고력 증대 / 고교 진학·대입 준비 걱정도 크지만 / AI로 대체 못할 창의·공감능력 키워

세계일보

서울 창덕여자중학교 교사와 3학년 학생들이 지난 23일 학교 내 온돌마루와 학생 서고가 갖춰진 ‘사랑마루’에서 미래교육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희주양, 김유정 교사, 임여진양. 이제원 기자


“가장 걱정되는 거요? 고등학교 올라가면 이렇게 공부할 수 없다는 게…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할 텐데 지금이랑 너무 다를 것 같아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창덕여자중학교에서 만난 3학년 전희주, 임여진양은 걱정부터 털어놨다. 창덕여중은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미래학교’로 다른 학교보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중간고사를 수행과제로 대체하고 기말고사는 ‘정답 없는 문제’를 출제한다. 조별 과제, 토론은 일상이고 반별로 직접 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한다.

당장 내년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대입 준비에 매진해야 하는데, 중학교 진학 후 2년 반 동안 익숙해진 ‘스스로 답 찾기’ 공부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부터 앞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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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의 핵심은 △4차산업혁명의 인재상 키우기 △시대 변화에 발맞춘 인성 기르기 등이다. 두 학생은 4차산업혁명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에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많은 직업이 없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미래의 필수 능력으로 각각 ‘창의력’ ‘공감능력’을 꼽았다. 인공지능(AI)도 수행할 수 없는 인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두 학생은 미래학교인 창덕여중에서 창의력과 공감능력을 기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창의력을 꼽은 전양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정말 많이 반영해 주신다”면서 “자기 생각을 계속 말할 수 있다 보니 더 자유로운 생각이 가능해졌다”고, 임양은 “창덕여중은 하루도 빠짐없이 ‘왜요’라고 질문을 하게 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공감능력을 꼽은 임양은 “학교에서 수행과제를 많이 하다 보니 항상 모든 일이 잘 풀릴 수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라며 “협동 과제를 하다 보면 친구들과 부딪히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두 학생의 대화를 지켜본 김유정 교사는 “아이들이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배웠던 방식이 고등학교, 나아가 대학교에서 통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곤 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이만큼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중학교 3학년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입시 현실’에서 당장의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은 창덕여중의 실험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 아이들이 나중에 어디를 가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묻어났다.

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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