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만 명 당뇨발로 족부 절단
치료 효과 탁월한 ‘은’ 함유 드레싱
외국선 많이 쓰는데 국내선 불법"
당뇨병 환자가 합병증에 걸리면 자칫 족부를 절단하게 될 수 있다. 절단한 3명 중 2명은 5년 내 사망한다. 당뇨병의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알려진 ‘당뇨발’이다. 당뇨병 환자의 발에 상처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감염을 조절해야 절단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당뇨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고 환자의 치료 환경이 열악하다. 건국대병원 성형외과 신동혁 교수를 만나 국내 당뇨발 치료 환경의 문제점과 예방법을 들었다.
신동혁 교수는 당뇨발을 예방하려면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신고 매일 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이남영 |
-당뇨발이 위험한 이유는.
“당뇨병 환자는 아픈 걸 잘 모를 만큼 감각신경이 망가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감염이 발생해 피부가 붓고 열감이 생겨도 불편함을 잘 못 느낀다. 일반 사람들은 아파서 걷지도 못할 만큼 괴로워 응급실에 왔을 텐데 당뇨병 환자는 신경이 무뎌져 감각이 떨어져 있는 탓에 통증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 해에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당뇨발 때문에 족부를 절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발로 족부를 절단할 경우 5년 내 사망률이 68%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 세계적으로 당뇨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급상승하고 있는데 그중 주요 원인이 당뇨발이다.”
-절단을 예방하는 감염 조절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있나.
“족부 절단을 예방하려면 초기에 상처의 감염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 조직을 제거한 뒤 감염을 낫게 할 수 있는 소재의 드레싱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감염에 효과적인 드레싱 제제를 사용하는데 장애물이 많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은 함유 드레싱’이다. 은 함유 드레싱은 살균력이 강한 제제다. 은이 세균에 직접 침투해 세균을 죽인다. 감염 관리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당뇨발 환자에게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아 살균력이 떨어지는 드레싱 제제만 사용하고 있다. 현재 화상 환자에게 은 함유 드레싱을 써도 되지만 당뇨발 환자에게 쓰는 건 불법이다. 이 부분이 황당하다. 당뇨발은 감염이 많고 자칫 절단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제제를 활용해 드레싱을 해야 한다. 화상에 한해서가 아니라 감염이 있는 상처에 쓸 수 있다고 기준을 바꿔야 한다.”
-해외에서는 은 함유 드레싱이 널리 사용되나.
“은 함유 드레싱의 감염 치료 효과와 관련한 논문이 수천 개 쏟아질 만큼 널리 사용되고 있다. 논문의 80~90%에서는 은 함유 드레싱이 세균 수를 줄이는 데 탁월하다고 돼 있다. 감염이 완전히 낫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밖에 꿀 함유 드레싱,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드레싱 등 다양한 드레싱 제제가 많은데 국내에는 소개도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사용 허가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융통성이 없다.”
-국내 당뇨발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제안점이 있다면.
“당뇨발 치료의 목적은 심각한 감염을 예방하거나 감염을 빠르게 조절해 절단까지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이루려면 먼저 좋은 치료제를 의사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가 얼마나 자주 가서 상처를 만져 주느냐도 중요하다.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 환경도 조성됐으면 한다. 당뇨발은 여러 진료과가 함께 환자를 봐야 하는 질병이다. 혈류가 좋지 않은 환자의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과 보행 패턴을 분석해 발바닥에 압력을 적절히 분산하도록 처방을 내리는 것, 당뇨발로 골격에 문제가 생겼을 때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감염내과 등 의료진의 역할이 필요하다.”
-당뇨발을 성형외과에서 다루는 것이 생소하다.
“성형외과에 관한 가장 큰 편견이 미용 수술만 하는 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성형외과가 다루는 분야는 다양하다. 사고로 잘린 손과 발을 접합하는 미세수술, 언청이 수술도 성형외과 분야다. 당뇨발, 욕창, 방사선 치료 시 생긴 상처를 다루는 것도 성형외과의 대표 분야다. 뼈·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연부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적절한 조직으로 재건하고 모양을 잘 잡아줘야 기능적으로도 좋아진다. 특히 발바닥은 피부를 잡아주는 조직, 미세 혈관 등이 복잡해 다루기에 까다롭다. 피하 조직과 상처에 대해서는 성형외과 의료진이 전문가다.”
-당뇨발을 예방하려면.
“신경이 오랜 시간 망가져서 발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은 발에 상처가 났을 때 비로소 병원에 온다. 암으로 치면 중기 이후에 온 거나 마찬가지다. 당뇨발은 생기기 전에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먼저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 헐렁한 신발이나 쿠션감이 많은 신발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오해다. 헐렁하면 신발 안에서 발이 돌아 마찰이 더 많이 생긴다. 쿠션이 너무 푹신하면 발바닥이 딱딱한 바닥의 충격을 더 자주 받는다. 실내에서도 양말을 신고 발은 매일 깨끗하게 씻은 뒤 잘 말리는 게 좋다. 거울로 얼굴을 보듯 잠자기 전에는 본인이나 가족이 늘 발바닥을 확인해 줘야 한다. 상처·굳은살·티눈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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