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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당신이 몰랐던, 진짜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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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 몸과 정신을 정화하는 하와이안 전통 의식 `히우와이 세리머니`. ⓒHawaii Tourism Authority(H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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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의 여행에서 먹방, 인생 사진, 핫플레이스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SNS를 도배한 보여주기식 여행에 지쳐갈 때쯤 하와이에서 오랜만에 의미 있는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하와이의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다양한 세상을 향한 포용력을 한 뼘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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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와이 로컬들이 주말을 보내는 해변, 쿠알로아 비치파크의 평화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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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에서 마음을 치유받다

새벽 6시, 태양이 하와이의 수평선 아래에서 떠오를 준비를 마친 시각. 아직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어둑한 와이키키 해변으로 나섰다. 새벽 수영을 하고 싶었냐고? 아니다. 몸과 정신을 정화하는 하와이안 전통 의식 '히우와이 세리머니(Hi'uwai Ceremony)'를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알로하 카카히아카(Aloha Kakahiaka)!" 하와이 원주민의 후손인 힐라니(Hi'ilani Shibata)가 하와이 언어로 아침 인사를 건넸다. 왜일까. 같은 말도 하와이 언어로 하면 더 신비롭게 느껴진다. '와이키키'도 영어가 아닌 순수 하와이안 이름이다. "와이는 '담수(Fresh Water)'를 뜻해요. 예부터 와이키키는 여러 산에서 흘러 내려온 깨끗한 담수가 모이는 장소였어요. 담수가 와이키키의 바닷물과 만나 미네랄이 가득한 '기수(Brackish Water)'가 만들어졌죠. 하와이 원주민들은 와이키키 물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 물로 몸과 정신을 정화했어요."

힐라니가 신비로운 하와이안 언어로 챈팅(Chanting)을 시작하자 모두 한 발짝씩 차가운 아침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힐라니가 알려준 대로 물에 몸이 반쯤 잠겼을 때 어깨와 머리 위로 바닷물을 떠서 끼얹었다. "그동안 버리고 싶었지만 버리지 못했던 마음속 짐을 바다에 놓아 버리세요. 물에서 나올 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기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말로 마음속에 묵직했던 근심 덩어리가 뚝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그 의식 한 번으로 모든 근심이 사라질 순 없겠지만 마음이 가벼워진 것은 확실했다. 히우와이 세리머니를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여행자들은 하와이를 찾을 때마다 이 의식에 참여하려 한다고. 하와이의 많은 호텔에서 투숙객들을 위해 히우와이 세리머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하와이의 전통음식 '포이'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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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이는 익힌 토란에 약간의 물을 섞으면서 으깨어 만드는 음식이다. 식감이 쫀득쫀득하다. ⓒHawaii Tourism Authority(HTA)


하와이 솔푸드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무조건 포이(Poi)다. 칼로(Kalo) 또는 타로(Taro), 우리말로는 토란이라 부르는 식물로 만드는 포이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하와이안의 주식이었다. 포케, 로코모코, 스팸 무수비 등 소위 '요즘 하와이 음식'은 포이 역사 앞에서 명함도 내밀기 민망할 정도랄까.

과거 하와이 원주민들은 모든 식재료를 자급자족했지만, 지금 하와이는 식재료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좋지 않은 변화다. 원주민의 후손들은 하와이 토종 농작물을 지켜내고,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파파하나 쿠아올라'도 그런 일을 하는 농장 겸 교육기관이다. 이곳을 방문하면 토란 경작법을 배우고 직접 포이를 만들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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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숍뮤지엄 내부. 전시 내용도 풍부하고 건축물도 아름다워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웅장하고 수려한 산맥 아래 자리한 농장은 맑은 샘물이 졸졸 흐르고 사방이 초록 식물로 빽빽했다. 그곳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 온몸 가득히 자연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느낌이었다. "아이나('Aina·하와이 언어로 '땅·대지'를 뜻함)에 들어갈 때는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하고 인사를 한 뒤 들어가야 해요. 이웃집에 인사도 없이 막 들어가지 않잖아요? 그것과 같아요." 이 농장 관리자이자 원주민의 후손인 카이미나아우아오 존슨(Ka'imina'auao Johnson)이 말한 대로 우리는 한 명씩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소개하고서야 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토란밭에서 일할 땐 항상 밝은 마음을 가져야 해요. 이 땅과 농작물에 인간의 에너지가 그대로 스며들거든요." 자연과 인간의 진심 어린 교감, 소통. 그것이야말로 하와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가치다. 손에 흙을 묻히고 자연과 교감한 시간, 여행이 끝난 후 되짚어보니 이 농장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 하와이 역사 多있다 '비숍뮤지엄'

하와이안 역사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비숍뮤지엄(Bishop Museum)'을 방문해 보길. 미국인들이 하와이로 들어오기 전 하와이안의 삶과 문화부터 오늘날까지 하와이 역사에 대한 자료와 유물이 빼곡하다. 하와이 원주민 후손들이 운영하는 식당 '와이아홀레 포이 팩토리(Waiahole Poi Factory)'는 로컬들 사이에 소문난 맛집이다. 포이를 비롯해 전통 하와이안식으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와이키키에 위치한 '로열 하와이안 센터(Royal Hawaiian Center)'에서는 하와이안 훌라 레슨 등 다양한 하와이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 협조 = 하와이관광청

[하와이 오아후 = 고서령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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