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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일등석 빈자리, 비즈니스석으로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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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오는 9월부터 국제선 전 노선에서 일등석을 폐지한다. 1990년 10월 서울~도쿄 노선에서 퍼스트클래스를 운영한 지 꼭 29년 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뉴욕과 LA,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3개 노선에서 운영하던 일등석을 이보다 항공 요금이 30~40% 싼 '비즈니스 스위트'로 운영한다"고 7일 밝혔다. 평균 탑승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애물단지'를 과감히 없애 기업 매각을 앞두고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고육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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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항공의 '비즈니스 스위트'를 이용하는 탑승객이 승무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일등석을 기반으로 만들어 공간의 독립성이 높고, 대형 모니터도 갖췄다. 아래 왼쪽 사진은 카타르항공의 'Q스위트'와 대한항공의 '프레스티지 스위트'(아래 오른쪽). /말레이시아항공·카타르항공·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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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한항공도 오는 6월부터 캐나다 토론토·밴쿠버, 스페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 장거리 노선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삿포로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 일등석을 폐지하기로 했다. 조원태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처음 내놓은 수익성 강화 방안으로, 앞으로 국제노선 70%에서 일등석이 사라지게 된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중형 항공기를 도입할 때 아예 일등석을 빼달라고 주문할 방침이다.

일등석은 항공업체들이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던 '항공산업 최정점'으로 꼽혀 왔다. 호화로운 좌석과 최고 수준의 서비스로 항공사 명성을 드높이던 경연장이었다. 하지만 일반석의 8~10배에 달할 정도로 운임이 비싼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즈니스 좌석이 고급화 전략으로 치고 나왔고, 연료 효율성이 높은 항공기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초대형 항공기 수요가 급속히 줄면서 일등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글로벌 항공사가 급증했다. 최근 국내 양대 국적 항공사의 '탈(脫)일등석' 전략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것이다. 한 항공업체 임원은 "어려움에 몰린 양대 항공사가 이제야 자존심을 접고 실리를 좇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줄어드는 일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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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일등석이 사라지는 현상은 항공기 연비 경쟁과 경량화에 따라 초대형 항공기가 퇴출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400~500명이 탑승해 허브 공항까지 이동한 뒤 각자의 목적지로 환승하는 과거 여행 방식이 도시와 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패턴으로 바뀌면서 중소형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일등석을 갖춘 항공사가 100여 개에 달했지만, 현재 20여 개로 줄었다. 델타항공은 연간 운영하던 일등석 좌석이 2008년 40만 개에서 현재 18만 개로 반 토막이 났다. 유나이티드항공도 같은 기간 38만 개에서 18만 개로 줄었다.

진화하는 비즈니스석

글로벌 항공업체들은 한층 업그레이드한 비즈니스석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퍼스트 클래스급 서비스를 비즈니스급 가격에'로 요약된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안락한 공간을 이용하고 싶지만, 일등석 요금까지는 부담하기 쉽지 않은 수요를 타깃으로 삼았다. 장거리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비즈니스맨이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부유층의 가족 단위 수요까지 노렸다.

카타르항공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운영하는 'Q스위트'는 항공업계 최초로 더블 침대를 설치했다. 좌석 옆에 있는 파티션을 내리면 최대 4명까지 전용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카타르항공 관계자는 "가족이나 동반자가 기내 만찬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셰어링 디시즈(Sharing Dishe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항공은 7월부터 새 비즈니스 좌석인 '클럽 스위트'를 선보인다. 좌석마다 문이 있어 작은 방에 들어간 느낌이다. 기존 비즈니스 좌석보다 공간이 40% 늘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일등석 강화를 내세워 마케팅하는 항공사도 있다. '오일 달러'로 무장한 갑부 고객을 상대하는 중동 항공사들은 여전히 초호화 일등석을 앞세워 VVIP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일등석과 비즈니스 좌석이 전체의 12%를 차지하지만, 수익의 40%가 여기서 나온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최근 비즈니스 좌석은 180도로 펼쳐지는 좌석, 넓은 개인 공간 등 쾌적성이 일등석에 비해 큰 차이가 없고 가성비가 훨씬 좋다는 평가가 많다"며 "일등석은 일정이 자유롭고 프라이버시 보호에서 앞선 '비즈 젯' 등 소형 전세기에 고객을 빼앗겨 시장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성진 기자(dudmi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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