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왼쪽부터)이 회의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
국회에 제출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추경을 심사해야 할 4월 임시국회가 추경안을 상정도 못하고 지난 7일 종료됐다. 다음 국회 일정은 잡지도 못했다. 통과까지 역대 최장 추경 심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5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했던 정부는 '함흥차사 국회'에 괴롭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처리가 지연될수록 지진, 산불로 어려움을 겪는 포항, 강원 지역과 고용·산업위기 지역의 생계안정과 지역경기 회복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홍 부총리의 호소에도 추경의 갈 길은 멀다. 8일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됐지만 원내대표단 구성 등 채비를 해야 하고 야권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카운터파트인 자유한국당은 '대장정'을 위해 국회를 떠나 있는 상태다. 이달 25일까지 19일간 전국 17개 시도를 돈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선 5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 자체가 어렵다. 국회 일정을 합의해도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일정을 거치는 것도 일이다.
국회 상황을 차치하고 추경안 자체에 대한 야권의 반발이 이미 크다. 한국당은 물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당과 힘을 모았던 야3당도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 분야에만 편성하자고 맞선다. 추경안 6조7000억원 가운데 미세먼지 예산과 국민안전 예산은 2조2000억원 규모다.
추경이 역대 최장 처리 기간을 기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0년 이후 통과까지 가장 오래 걸린 것은 2000년 추경이다. 당시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6월29일 국회에 제출돼 107일이 지난 10월13일 통과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두 번의 추경 모두 45일씩이 걸렸다. 2000년 이후 평균 추경 처리 기간(39.1일)을 일주일 가량 넘겼다. 11조2000억원 규모의 첫 추경은 공무원 일자리 예산에 대한 야당 반발에 발목이 잡혔다. 정권 초기 국무위원 임명 논란 등으로 여야 냉각 기류가 이어지며 지연됐다.
지난해 두 번째 추경 역시 당시 '드루킹 특검법'과 동시처리를 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처리에 한 달 넘게 걸렸다. 결국 여야가 추경안과 드루킹 특검법을 주고받기 하면서 국회 본회의에서 함께 통과됐다.
보통 재해복구에 초점을 맞춘 추경은 '급행' 통과했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복구’ 2차 추경(4일)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복구’ 추경(23일) △2006년 ‘태풍 및 집중 호우 피해 복구’ 추경(12일) △2015년 ‘메르스 및 가뭄 피해 복구’ 추경(19일) 등이다. 평균 14.5일 만에 모두 통과했다.
올해 추경은 재난 대책 예산과 경기부양용 예산이 함께 들어있는데다 국회 상황이 꽉 막힌 상황이라 가늠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민주당도 당초 5월 통과를 목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6월 통과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추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