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이 합의 깨뜨렸다”
관보엔 “중국산 관세 25%” 올려
중국 “미 관세 인상 보복할 것”
지재권 등 중국법 개정 놓고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협상 진행에 불만을 나타내며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트럼프가 언급한 25% 추가 관세안을 8일 관보 사이트에 공시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9~10일 고위급협상 결과에 따라 이를 철회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둔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8일 미 정부 관료 및 민간 관계자 6명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3일 밤늦게 합의문 초안을 대대적으로 고친 150쪽 분량의 수정안을 미국에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 트위터로 추가 관세 폭탄을 경고한 배경이 이 수정안 때문이라는 얘기다.
갈등의 핵심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국 법률을 개정할지 여부다. 미국은 중국이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환율 조작 등을 바로잡기 위해 반드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구속력이 한 단계 낮은 행정·규제 조치로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로이터는 “이것이 합의의 근원적인 구조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중국도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9일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이미 충분한 준비를 했으며 자신의 합법적 이익을 수호할 결심과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일방적 관세 추가 부과에 반대한다.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중국 이익과 미국의 이익, 전 세계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미국이 끝내 관세를 인상한다면 중국 역시 부득이하게 ‘반격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하루 전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추가 관세에 보복을 다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도 9일 사설에서 “중국이 미국의 최후 몇 가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실력을 믿는 것뿐 아니라 평등 원칙이라는 신앙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혀 ‘합의안 수정’을 간접 시인했다. 중국 협상단을 이끄는 류허(劉鶴) 부총리는 예정보다 하루 늦춰 9일 오전(한국시간 9일 밤) 워싱턴에 도착했다. 중국 대표단은 이틀 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측과 담판을 벌인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국의 주가와 원화값이 큰 폭으로 내렸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6포인트(3.04%) 내린 2102.0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15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하루 코스피 하락폭은 지난해 10월 11일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외국인들은 9일 하루에만 주식 현물과 주가지수 선물을 합쳐 70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1.15포인트(2.84%) 내린 724.22로 마감했다. 하루 지수 하락폭은 지난해 12월 6일 이후 5개월 만에 최대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0.4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179.8원에 마감했다. 2017년 1월 16일(1182.1원) 이후 약 2년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주정완·심새롬 기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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