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방울뱀에 물려 치료를 받은 2살 아이. /인스타그램 |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2세 아이가 방울뱀에 물려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후 약 4억원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았다. 미국의 의료비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인데, 항독제 비용만 3억원을 차지했다.
3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샌디에이고에 사는 브리글랜드 페퍼(2)는 집 뒷마당에서 형제자매들과 놀던 중 방울뱀에 물렸다. 페퍼는 곧장 엄마에게 달려갔고, 엄마는 페퍼의 오른손에서 피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911에 신고했다. 구급차로 A의료센터에 이송된 당시 페퍼의 손은 부어오르고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의료진은 여러 차례 시도 끝에 골수를 통해 항독제 ‘아나빕’을 투여했다. 이후 페퍼는 B어린이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추가로 아나빕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겨드랑이까지 퍼진 붓기는 천천히 잦아들었고 페퍼는 이틀 후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병원에서 날아온 청구서였다. 청구서상 금액은 29만7461달러(약 4억원)였는데 여기에는 구급차 이송 2회, 응급실 방문, 중환자실 2일 입원 비용이 포함됐다. 항독제가 특히 비쌌는데 21만3278달러(약 3억원)에 달했다. A의료센터는 아나빕 10병에 대해 1병당 9574달러(1300만원)를 청구했고, B어린이병원은 20병에 대해 1병당 5876달러(810만원)를 청구했다. 같은 항독제에 대해 병원마다 큰 가격 차이를 보인 것이다.
밴더빌트대학 의료센터의 스테이시 두세치나 교수는 “이러한 비용은 결국 병원에서 만들어낸 숫자다. 보통 실제 약물 비용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65세 이상 노인 등을 위해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의료 보험인 메디케어의 경우 아나빕 한 병당 약 2000달러(275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페퍼 측 보험사 샤프 헬스 플랜은 병원과 협상해 항독제 비용을 크게 낮췄으며, 병원비는 대부분 보험으로 충당됐다. 페퍼 측은 자기부담금 7200달러(990만원)을 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구급차 비용 등에 대해 추가로 1만1300달러(1500만원)의 청구서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7000~8000명이 독사에 물리고 이 중 약 5명이 사망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미국 의과독성학회 전 회장인 미셸 루하는 “뱀 물림 치료에는 평균 18병의 항독제 바이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항독제의 경우 한 병당 수천 달러에 달해 페퍼의 사례처럼 고가의 치료비가 발생한다.
매체는 “미국 병원에서 천문학적 치료비를 청구 받으면 협상을 준비하는 게 좋다”며 “병원을 비롯한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은 자신들이 청구하는 금액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어 더 낮은 금액을 받을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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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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