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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상징성은 꽤나 깊은 역사를 지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보면 아프로디테가 헥토르의 시신에 향기로운 로즈 오일을 바르는 부분이 나온다. 로마의 네로 황제도,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그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장미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생각해보면 상류층의 장미 사랑은 정말이지 지독할 정도다. 그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으니 장미가 화려함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재밌는 사실은 장미꽃 최대 생산지인 터키의 으스파르타라는 소도시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만들어낸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곳 사람들은 너그럽고 순박하다. 귀하다는 장미로 매년 축제를 열고 여름에는 라벤더의 보랏빛으로 물들며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정도로 넓은 에이르디르 호수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로즈 계열의 향수야말로 터키를 기억하는 데 제격이다. 프랑스, 로마 등의 여행지보다 장미 본연의 향과 이미지는 터키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클로에 EDP(클로에)는 미들노트에 다마스크 로즈가 쓰였다. 내추럴하면서도 시크함을 동시에 지닌 향수라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향이다. 알케미스트 가든 더 송 포 로즈(구찌)는 따뜻하면서도 깊은 향이다. 로즈의 향이 풍부하게 담겨 있기에 가장 장미 본연의 향과 가깝다고 느꼈다. 미우미우 EDP(미우미우)도 미들노트에 로즈 향을 담았다. 로즈 계열 향수 중에서도 개성 있는 향으로 세련된 이미지와 어울린다. 화이트 티 와일드 로즈(펜할리곤스)는 달콤하고 섬세한 꽃 향이 난다. 미들노트에 불가리안과 터키시 로즈 모두를 사용해 야생 장미의 향을 담았다고 한다. 달콤한 향이 기분 좋은 상쾌함을 자아낸다.
이제 터키와 장미는 묵은 오해로부터 벗어날 때가 됐다. 앵그르의 작품 '터키 목욕탕'에는 터키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담겨 있다. 혹자는 신체의 아름다움과 동양의 신비로움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평하겠지만 그 시선이 누구의 것인지를 고민해본다면 서양 남성의 시선임을 알 수 있다. 서양 중심적인 세계관 속에서 동양의 신비로움은 퇴폐적이고 차별적인 시선을 포장했던 상자였다. 그러나 여러 지정학적인 상황을 차치하고서라도 이제 터키는 조금씩 본연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터키를 찾는 사람들이 건축물의 장엄함을 느끼려고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려고 가는 것이다. 터키와 장미는 닮았다. 장미 또한 사치와 향락 혹은 로맨스를 상징하는 포장지 속에서 본연의 녹색 향을 드러내지 못했다. 장미 향 그대로를 기억한다면 장미가 마냥 화려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아현 여행+ 인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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