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고조 글로벌 자금 '안전자산' 쏠림...日엔화·美국채 강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3~4주 안에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모든 중국산 제품이 폭탄관세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에 보복을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전'을 예고한 셈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시황판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폭탄관세 카드로 중국을 위협한 지난 5일부터 1% 넘게 하락했다. 지난 2일 111.51엔에서 10일 109.95엔까지 떨어졌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얘기다. 엔화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엔화는 이날 10개 주요 통화에 모두 강세를 보이며 109엔 중반대(엔·달러 환율)로 주저앉았다. 그 사이 미국은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의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렸고, 9~1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성과 없이 끝났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통틀어서는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렀다. 요 며칠 흐름이 그만큼 두드러졌다는 의미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도 최근 강세가 돋보였다.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은 지난 2일 2.54%에서 지난 주말 2.47%로 내렸다. 수요가 몰려 국채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위험 감수비용을 반영하는 금리가 떨어진 것이다. 3월 말 2.37%까지 내렸던 금리가 4월 말 2.6%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최근 금리 하락세가 얼마나 가팔랐는지 방증한다.
반면 위험자산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추가 폭탄관세 카드를 꺼내든 뒤인 지난주 글로벌 증시에서는 2700억 달러(약 320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미국 증시에서는 전체 시총의 2.1%인 6800억 달러가, 중국에서는 5.2%에 해당하는 33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내로라하는 기관투자가들은 대표적인 위험투자처인 신흥시장이 받을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아이셰어MSCI신흥시장 ETF(상장지수펀드)가 향후 한 달 새 4.5~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은 신흥국 통화 표시 국채에 대한 투자 비중확대 의견을 모두 거둬들였다.
블룸버그는 미·중 무역전쟁 시나리오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 전략을 다시 짜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갈등 리스크(위험)가 재부상하면서 투자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 미국과 중국이 장기적인 전면전을 치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연내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하반기 합의 가능성을 전제로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의 낙폭이 5% 수준으로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BofA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 경우 S&P500지수가 최대 10% 이상 추락하고, 세계 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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