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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朴 전 대통령 ‘징용 판결 개망신 안되게 하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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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현 前수석 임종헌 공판 증언 / “朴 지시따라 대법원에 의견 전달” / 징용 배상 판결 막으려 사법부 압박 / 재판부, 임 구속기간 연장 결정

    세계일보

    “‘개망신’이 안 되도록 하라.” “조속히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라.”

    일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 청와대 의견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당시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법정에서 밝혔다. 만약 해당 진술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사법부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김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대로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에 청와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외교부 차관으로 근무했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거쳐 2015년 10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 제시한 김 전 수석의 2015년 12월26일자 업무일지에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조속히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라’, ‘개망신 안 되도록’,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등의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개망신’, ‘국격 손상’ 문구와 관련, 김 전 수석은 “일본과 위안부 협상 타결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해 협상과 관련한 지침을 받았는데, 말미에 (박 전 대통령이)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 받아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조속히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고, 그렇게 이 문제가 종결되도록 하라고 박 전 대통령이 말했다”고 밝혔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2013년 환송 후 원심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1억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지만 대법원은 5년 넘게 확정판결을 지연했고, 지난해 10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 전 수석은 “외교부는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은 기존 정부 입장과 상충한다고 생각했다”며 “(박 전 대통령 지시는) 일본과 외교 문제를 고려해 판결 내용이 종전 정부의 입장과 맞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2012년의 원래 판결대로 확정되는 것이 망신일 수 있다는 의미냐”고 되묻자 김 전 수석은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임 전 차장의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들로부터 재판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새로 발부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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