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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국産 제품만 사면 ‘제로 관세’” 트럼프식 ‘바이 아메리카’ 현실 가능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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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미국 생산능력 3분의 1 잃어…중국산 수입품 대체 불가능

전문가 “단순한 문제 아냐…트럼프 주장은 발상 자체가 잘못”

헤럴드경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관세 인상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소비자와 기업에게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라는 이른바 ‘바이 아메리카’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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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인상 조치 이후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을 사지 않으면 된다”며 무역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레토릭을 거듭 구사하고 있다. 이른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미국산 제품 구입)’라 일컬어 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전략은 과연 현실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 소비자가 관세를 부담해야할 이유는 없다”면서 “비관세국가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면 관세를 완전히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사실상의 ‘제로(0) 관세’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CNN은 “수 천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통령은 관세 지불이 소비자와 기업들의 자발적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중국산 제품을 사지 않은 것이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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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현실 가능하냐란 질문에 대해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동일한 규모로 미국에서도 생산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미국 옥스포드 경제연구소의 그레그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종류와 규모를 생각할 때 적어도 빠른 시일 내에 그것들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노임금 국가로 생산시설이 옮겨가면서 미국이 과거의 생산능력을 상당수 잃었다는 설명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경제정책연구소의 로버트 E. 스콧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미국 내 9만개 이상의 공장이 문을 닫았고, 5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미국은 제조 능력의 3분의 1을 상실했다.

스콧은 “제조업은 더 이상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산 제품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제안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관세 국가에서 생산된 상품을 사는 것 역시 ‘제로 관세’를 현실화시킬 방법 중 하나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무엇보다 다수의 기업들이 중국 내에 생산체계를 구축해놓은 상태에서 당장 이를 타국으로 이전시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루퍼스 예르샤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CNN에 “하룻 밤에 공장을 옮길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미국이 모든 상품에 대한 소싱을 당장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 없다”고 지적했다. 의류나 섬유 등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들의 경우 대체 가능성은 더욱 낮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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