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美에 위대한 합의 아니면 무의미"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오후 기자들에게 "추가로 3250억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2000억달러 중국산에 추가 관세 25%를 부과한 데 이어, 나머지 전 중국산 수입품에 해당하는 3250억달러어치에도 25% 관세를 매기는 행정 절차를 지시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트위터에 '중국은 보복하지 말라,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며 강경 발언을 반복했다가 갑자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날 것"이라며 "그것은 아마 매우 결실 있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 때까지는 협상을 타결짓고 시 주석과 합의 서명식을 가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트럼프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국내외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중국도 600억달러 미국산에 대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무역 전쟁이 확전하는 양상을 보이자, 이날 다우·나스닥을 포함한 글로벌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
그러나 다소 완화된 기조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트럼프의 기본 입장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투지를 불사르는 데는 내년 11월 재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2020년 선거'라는 프리즘을 통해 대중 무역 협상을 보고 있다"며 "그는 누구보다 자신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기세를 꺾는 '강력한 대통령'의 면모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어갔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외쳐 승부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표심을 차지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로잡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중국 때리기'는 가장 효율적인 선거 전략이다. CNN은 "미·중 무역 전쟁이 국가의 명운을 건 두 '스트롱맨'이 정치적 승부수를 걸고 하는 개인적 싸움이기 때문에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에서 "적당한 때에 우리는 중국과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내 존중과 우정은 끝이 없지만, 그에게 여러 차례 말했듯이 이 협상은 반드시 미국에 위대한 합의여야 하고 그게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선을 분명히 했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날 최고 25% 관세 부과 대상인 325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 목록을 공개하고, 다음 달 17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3805개 제품에는 휴대폰·노트북·의류·신발 등 그동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던 제품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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