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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조원태회장 한진그룹 총수 지정...2대주주 반대에 지분경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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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진그룹은 3세 조원태 회장이 고(故) 조양호 회장에 이어 새 총수로 지정됐다. /사진=한진그룹


[돈이 보이는 기업지배구조-217]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원태 회장을 한진그룹 총수(동일인)로 직권 지정하면서 한진그룹 관련 주가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되고 있다.

그러나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지분 상속 과정이 남아 있어 삼남매의 경영권 갈등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그룹 핵심 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경영권 참여를 선언하고 오너가를 압박하고 있어 그룹의 운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15일 한진그룹 총수로 조원태 회장을 직권 지정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분이 다소 낮더라도 조직변경, 투자결정, 업무집행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현시점에서 조원태 대표이사가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어 조원태 회장(당시 대한항공 사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한진칼 정관 제34조에 따르면, 이사회의 결의로 대표이사인 회장과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및 상무를 선임할 수 있다.

이사회가 정관에 따라 조원태 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한 만큼 절차적 결격사유는 없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역시 이 부분을 인정해 조원태 회장을 총수로 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진그룹 측이 앞서 공정위에 제출한 서류상으로는 조 회장을 적시하지 않아 일부에선 삼남매가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조양호 전 회장이 가진 한진칼 지분은 17.84%다. 삼남매의 주식은 △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 등이다. 만약 유언장이 없다면 조 전 회장 지분은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5.94%, 삼남매에게 각 3.95%씩 상속된다.

업계에선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을 맡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조현민 전 전무가 진에어 등을 나눠 갖는 것이 유력한 경영권 승계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핵심은 1600억~200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납부다. 이 과정에서 삼남매가 갈등을 빚거나 현금 부족으로 지분을 팔게 되면 사모펀드 KCGI가 경영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높다.

KCGI는 한진칼 주총 직후인 지난 4월 한 달 동안 지분율을 기존 12.68%에서 14.98%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한진칼 특수관계인(오너 일가 포함·28.95%)과의 지분율 격차는 기존 15.48%포인트에서 현재 13.97%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업계에선 KCGI가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에도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은 내년 3월 주총에서 본격적으로 '실력 행사'를 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내년 주총에선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14일 한진칼 주가가 그룹주 중에서 가장 많이 오른 것은 향후 지분 경쟁 가능성에 따른 것"이라며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 실적이 올해 반등할 경우 한진칼 순이익이 늘어 배당 여력이 커지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경영권 확보를 위한 한진칼 지분 경쟁에 불이 붙을 수 있어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을 중심으로 대한항공, 진에어 등을 거느리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은 오너가에 유리한 환경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진칼의 순이익은 작년 177억원 적자에서 올해 1652억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자회사이자 지분법 평가손익으로 잡히는 대한항공의 순이익이 같은 기간 1857억원 적자에서 올해 3315억원의 흑자로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배당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오너가는 배당을 늘려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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