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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김학의 3번째 수사끝 구속… 성폭력 대신 뇌물 혐의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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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억6000만원 받은 혐의 인정되고 증거인멸 우려"

"개인 채무 문제까지 뇌물로 엮어… 무리한 수사" 지적도

조선일보

1억6000만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김학의〈사진〉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밤 구속됐다. 검찰이 지난 3월 29일 이른바 '김학의 수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지 48일 만이다.

김 전 차관은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이 사건을 "특권층 범죄"로 규정하고 "진상을 철저히 밝히라"고 지시하면서 검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실상의 '하명(下命) 수사'였다. 이후 검사 13명을 투입해 세 번째 수사에 착수한 끝에 김 전 차관을 구속한 것이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07~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3000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여러 차례 성 접대를 받은 혐의(뇌물)도 있다고 했다. 성 접대의 경우 뇌물 액수를 산정할 수는 없지만, 그의 영장 범죄 사실에는 포함됐다.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2007~2008년 윤씨에게 빌린 1억원을 갚지 않아 윤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는데 김 전 차관이 이를 무마시킨 사실도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포함됐다. 김 전 차관이 여성과의 성관계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윤씨에게 소송 취하를 부탁했고, 이로 인해 제3자인 여성이 금전적 이득을 봤다는 취지다.

김 전 차관은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윤씨를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선 "윤씨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혐의는 대부분 부인했다. 김 전 차관은 미리 써온 원고를 읽으며 "참담한 기분이고 그동안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윤씨가 사업 편의 등을 명목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고, 김 전 차관 역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관련 진술 등을 근거로 이런 검찰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차관이 지난 3월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제지당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앞서 검찰이 두 번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증거가 불충분한 성폭력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김 전 차관의 금전 관계를 샅샅이 조사해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그가 구속되긴 했지만 법조계에선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수뢰액이 3000만~1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는 10년, 1억원 이상이면 15년이다. 김 전 차관이 받은 돈이 1억원을 넘거나 2009년 이후 3000만원 이상 받았다는 혐의가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한 변호사는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시점이 2009년 이전이어서 검찰이 뇌물 액수 1억원을 넘기려고 윤씨와 여성 이씨와의 채무 문제도 김 전 차관의 뇌물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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