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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재명 1심서 모두 무죄 "지지자들과 큰 길로 가길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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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선거법 위반 등 4개 혐의

李, 공판 모두 나와 직접 증인 신문… 정치 명운 걸린 최대 위기서 탈출

"피고인은 무죄."

16일 오후 4시 5분쯤 이재명 경기지사의 1심 선고 공판이 진행된 경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3호 법정. 형사1부 재판장인 최창훈 부장판사의 선고에 "와" 하는 환호가 방청석에서 터져 나왔다. 이 지사에게 지지자들은 "고생하셨다" "수고하셨다"며 다투어 악수를 청했다. 재판장의 이름을 연호하고, 서로 끌어안고 울기도 했다. 이 지사는 재판이 끝난 뒤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것을 확인해 준 재판부에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며 "지지자들과 함께 큰길로 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6일 오후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웃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직권남용 등 이 지사의 혐의 4가지에 대해 “고의가 없었다” “허위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오종찬 기자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라고 지시하고, 지방선거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심에서 기소된 네 가지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선고는 이 지사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재판으로 관심이 쏠렸다. 이 지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도전했고, 작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여배우 스캔들 등으로 갖은 구설에 올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경기지사직 상실 우려마저 나왔다.

이번 무죄판결로 이 지사는 큰 고비를 넘기고 여권의 대권 후보 경쟁에 다시 합류할 수 있게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당내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당분간은 이 지사가 자신감 있게 경기도정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내 대표적 비문(非文)계인 이 지사가 살아나면서 다른 비문 의원들의 숨통도 트이게 됐다"는 말도 나왔다.

이 지사 혐의는 크게 네 가지다. 지난 2012년 성남시장 재임 당시 친형 이재선(사망)씨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보건소장에게 강압 지시를 내리는 등 직권남용을 했다는 혐의가 대표적이다. 또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선거 방송 등을 통해 '친형 강제 입원' 사건과 과거 검사 사칭 전력을 부인하고, 성남시 대장동 개발 업적을 과장한 것 등 3건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지사가 친형의 정신병 증세를 치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터무니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단과 치료를 위한 입원 절차를 다소 무리하게 진행한 것은 비난의 소지가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은 "명백한 허위 사실 공표로 유권자인 경기도민의 판단을 그르치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사)에게 고의가 없었고, 허위라고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작년 12월 기소된 이 지사에 대한 재판은 지난 1월 10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선고까지 무려 21차례나 열렸다. 성남시 공무원 등 증인 55명이 증언대에 섰다. 이 지사는 그동안 모든 공판에 휴가 등을 내고 출석했으며 증인을 직접 신문했다. 이 지사의 형수와 조카가 출석했을 때는 증인의 요청에 이 지사가 동의해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선고 직후 "재판부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 지사가 버스 대책 마련, 일자리 문제 해소, 서민 주거 안정, 청년 기본 소득 강화 등 산적한 경기도정에 보다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오늘 판결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판단인지 우려스럽다"며 "남은 2심, 3심 공판 과정에서 사건의 전모와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엄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배우 김부선씨를 옹호했던 소설가 공지영(56)씨는 이 지사의 무죄판결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무죄판결은) 적폐들이 계파를 초월하여 광범위하게 집합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고 적었다. 또 '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고 가정을 파탄 내도 무죄면 법이 왜 존재하냐' '성남시장 정도 되면 정신병원 강제 입원 제 맘대로 가능한 거냐' 등이 적힌 다른 트위터 사용자의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포토]이재명 1심서 4개 혐의 '모두 무죄'…지지자들에 손흔들며

[성남=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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