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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한전, 적자 탈출 위해 민간 발전사 쥐어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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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탈(脫)원전 여파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이 민간 발전사 '쥐어짜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한전 등으로 구성된 전력 시장 규칙개정위원회는 16일 회의를 열고, 용량요금 인하 방안 등이 포함된 '공급용량계수 산정 기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24일 전기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최종 확정된다.

용량요금(CP·Capacity Payment)이란 한전이 전력을 공급받는 발전사에 지급하는 비용으로, 가동 준비 비용과 감가상각비 등 고정 비용에 대한 보상 차원의 정산금이다. 즉, 전력을 구입했을 때 주는 돈 이외에 발전사가 전력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투자한 금액에 대해 일정액의 보상을 해주는 비용이다. 이를 인하하면 한전의 비용 지출은 감소하지만 발전사의 수익성은 악화하게 된다. 올 1분기 6299억원의 영업 손실로 1분기 기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한전은 비용 절감과 투자비 절감, 자산 매각 등으로 총 2조원 이상의 재무 개선을 이루겠다는 '비상 경영'에 돌입해 있다. 여기에 민간 발전사에 지급하는 비용까지 줄이는 '마른 수건 짜기식' 대책까지 세운 것이다.

◇작년 전력 공급 불안에 보류, 올해 통과

한전 실적이 개선되려면 전력 판매 대금(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비용(전력 구입비)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2022년까지 탈(脫)원전 여파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수차례 공언한 이상 전기료 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전력 구입비를 줄여야 하는데 석탄이나 LNG 등 국제 연료비는 한전 뜻대로 조정할 수도 없다. 결국 발전사에 지급하는 비용을 줄이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현재 kWh당 평균 10원의 용량요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낮춰 kWh당 9.84원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한전이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발전 자회사를 제외한 발전사에 지급하는 용량요금이 25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전은 지난해 11월에도 전력 시장 규칙개정실무협의회에 같은 안건을 올렸다. 그러나 당시 전력거래소 등 회의 참석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면 지난 7일 열린 실무협의회에서는 같은 안건이 표결로 처리됐다. 투표자 가운데 민간 발전사 인사는 1명뿐이었고, 나머지는 한전과 자회사, 전력거래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이었다.

◇자회사 포함 총 2조원 재무 개선 추진

한전이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에게 제출한 '2019년 재무 개선 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총 2조원 이상의 재무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본사 차원에서 비용 절감, 투자비 절감, 자산 매각, 수익 창출 등으로 8870억원의 재무 개선을 이루고, 6개 발전 자회사가 1조1000억원 등 총 2조원 이상의 재무 개선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한전은 이날 "이번 규칙 개정은 경영 악화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재무 개선 계획에서 한전은 "용량요금 차등 지급으로 민간 전력 구입비를 줄여 비용과 투자비를 214억원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섭 의원은 "탈원전 정책 실패로 우량 공기업이었던 한전을 부실 기업으로 만들고, 이제 민간 기업에까지 부실을 전가하려 한다"며 "국가 에너지 산업을 해치는 탈원전 정책은 이제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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