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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나의 5·18]시작은 '박하사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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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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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하사탕'에서 김영호 역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 / 사진=영화 '박하사탕' 스틸컷.


[the300]'설경구' 때문이었다.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기에 '청소년 관람불가' 비디오를 빌려봤다. 나의 '5·18'의 시작은 '박하사탕'이었다.

중년 남성의 인생을 다룬 영화를 10대가 공감할 리 없었다. "돈 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쯤 총성이 울려 퍼졌다. 총알은 무고한 소녀의 몸에 파고들었다. 영화 초반 "나 돌아갈래"를 외치던 영호(설경구 분)가 떠올랐다.

목숨을 잃은 소녀와 가족,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일부 군인들. 영화 '엔딩 크레디트'까지 시간은 이들의 슬픔을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운동'을 모른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한 후 대학에 입학했다. 누구도 대학에서 '운동'을, '독재'를 말하지 않았다. 대학 등록금 인하를 외치는 학생회장 후보에 표를 던졌다. '삼포 세대'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 투쟁이 최대 관심사였다.

지금도 누군가 '독재 타도'를 외치지만 와닿지 않는다. 메신저의 문제가 아니다. 평범한 30대들과 술자리에서 그 시절 '운동'과 '독재' 이야기를 꺼내보시라. 10분이면 '아싸'(아웃사이더)가 되기 충분하다.

'5·18'도 그렇다. 광주에 간 적은 있으나 금남로나 전일빌딩의 의미는 알 수 없었다. 영화 속 한국전쟁이나 임진왜란과 다르지 않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를 있게 한 역사적 사건이지만 30대가 알고 있는 '5·18'이다.

그럼에도 눈물이 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5·18' 희생자 가족을 끌어안는 장면을 보면서다. '박하사탕'에 흘렸던 그 눈물이다. 국가 폭력에 남편을, 아내를, 자식을 잃은 슬픔에 대한 공감이다. 한국전쟁 때 생이별한 가족이 상봉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끼는 보편적 감정이다.

'5·18 망언'에 대한 30대의 분노 역시 이같은 보편적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 사회적 합의 끝에 아프고, 빛나는 역사가 된 '5·18'. 39년 전 '5·18'을 정치판에 소환하는 일은 이제 멈출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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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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