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아들을 의료인 과실로 먼저 보내야 했던 이나금씨가 지난해 11월 국회 앞에서 수술실 CCTV 법제화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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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의료행위 및 환자 인권침해 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수술실 CC(폐쇄회로)TV 설치법’이 발의 하루 만에 철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자단체가 강력 반발했다. 설치를 바라는 환자 측과 반대하는 의료계가 대립하며 오랜 기간 논의를 진행했던 사안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인 경솔한 처사 때문에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의료사고 피해자ㆍ가족ㆍ유족 및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발의를 철회한 국회의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17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연다고 밝혔다. 환자단체 측은 “국회에서 5월 15일 ‘입법 테러’가 발생했다며 발의한 법안을 하루 만에 사라지게 만든 일부 국회의원들을 비판했다.
일명 ‘권대희 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은 지난 14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의료인과 환자가 동의할 경우 수술실에서 CCTV로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한 게 주요 내용이다.
안 의원은 지난 14일 오후 동료의원 9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사무처 의안과에 정식으로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다음날인 15일 오전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법안을 함께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의 김진표ㆍ송기헌 의원, 바른미래당 이동섭ㆍ주승용 의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만 하루도 돼지 않아 법안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발의 정족수 10명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환자단체 측은 “입법권을 위임 받은 국회의원이 법률 개정안을 검토도 하지 않고 공동 발의하는 것에 서명한 것도 문제이고, 심의 과정 중에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만에 발의 자체를 철회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동 발의자 명단에서 먼저 빠지려고 경쟁하듯이 앞 다투어 철회해 10명 중 5명이 철회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개정안 발의를 철회한 의원들은 “의원과 상의 없이 보좌관이 알아서 서명했다”, “전문지식이 없어서 좀 더 검토가 필요했다” 등의 해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법안 발의 후 의사들의 항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해 의원들이 ‘의료인들의 압박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권대희(당시 25세)씨가 과다출혈에 이어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사망한 사건이 알려 지면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이 대리 수술을 하다 환자를 뇌사상태에 이르게 한 사건이나 3년간 1,000명이 넘는 환자에게 무면허로 성형 수술을 해 온 간호조무사와 원장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술실 CCTV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실제 경기도는 지난 해 10월 수술실 CCTV 시범 운영을 시작해 올해 6월부터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환자와 의료인 간의 불신을 부추기고 사생활 및 인권침해 요소가 많다”는 의료인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법제화는 난항을 겪고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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