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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학원車 안전벨트 매는 어린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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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클럽 승합차 어린이 참변

어린이 통학車 안전규정 ‘세림이법’

시행 4년…현장에선 달라진거 없어

헤럴드경제

학원 버스 차량 출발전. 안전벨트를 맨 학생들은 없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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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애들에게 아무리 안전벨트 매라고 해도 애들이 말을 듣습니까? 현실은 전혀 모르고 사건 터지니까 뚝딱뚝딱 만든 법이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학원가에서 만난 운전기사 차모(69) 씨가 학원차량 문을 열며 말했다. 책가방을 맨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차에 올라탔지만 안전벨트를 매는 아이들은 찾기 어려웠다. 차 씨는 “솔직히 말해 법만 만들어놓고 단속한 적은 한번도 없다”면서 “이 큰 학원가에서도 ‘세림이법’을 지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학원 수 많은 큰 학원일 수록 벌금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인천 축구클럽 승합차 사고로 2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면서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문제가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 규정을 강화한 이른바 ‘세림이법’이 시행된지 4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세림이법은 지난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 산남동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 이후 만들어졌다. 운전자 외에 성인 보호자 한 명이 동승해 만 13세미만 어린이의 승ㆍ하차 안전을 확인해야 하고, 운전자는 승차한 어린이가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한 뒤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학원 차량 10대를 지켜본 결과 출발 전 안전벨트를 맨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는 4학년 윤모(12) 군은 “기사아저씨가 안전벨트를 매라고 하는데 10분 뒤면 내릴 거라 잘 안하게 된다”며 “뒷 자리에 앉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운전자 외 승하차를 돕는 동승자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학원 측에서는 승ㆍ하차 도우미를 쓰는 것은 인건비 등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성인 승하차 선생님을 고용하는 비용이 4시간에 5만원인데 이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면서 “차라리 걸리면 벌금을 내는 게 더 낫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학원차량 운전기사들은 탑승시간에 맞춰서 승하차를 하려면 승ㆍ하차 안전 안내는 물론 안전벨트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어린이 학원차량 운전 기사 김모(67) 씨는 “몇시 몇분에 누구를 태워야할지 분 단위로 빠듯하게 정해져있는데 하나하나 안전벨트를 확인하고 수시로 체크하기란 쉽지 않다”고 “현실을 모르고 만든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한 운전기사는 차량에 설치된 파란색 안전벨트 시트를 가리키며 “교육청이 본사에 지원금을 보내 설치한 건데 초등학생이 쓰기엔너무 작다”며 “이것만 봐도 얼마나 탁상행정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교통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시설 확충, 단속, 교육 3가지가 중요한데 세림이법은 단속, 시설 확충에 초점을 맞춰졌다”며 “이슈가 터질 때마다 대책이 급하게 만들어져 장기적이고 일관성있는 정책이 안나오고 그래서 비슷한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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