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총장 선출제’ 둘러싸고 연세대 등 대학가 곳곳 학생들 반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세대, 19대 총장 선출 앞두고 “‘밀실 선출’ 중단하라” 반발

경희대·숙명여대서도 “총장 선임 방식 비민주적” 반발 이어져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내년에 임기를 시작하는 제19대 총장 선출을 앞두고,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밀실 총장 선출을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연세대뿐만 아니라 경희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등 대학가 곳곳에서 “학교의 비민주적인 총장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 ‘플로우’는 지난 15일 “연세대 재단 이사회가 지난달 22일 교수 평의회에 총장 선출 절차 안을 통보했다”며 “절차 안은 이사회가 독단적으로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과 다름없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총학이 공개한 절차 안을 보면, 먼저 총장 후보 등록 이뤄진 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가 검증을 거쳐 최대 4인의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가 교수평가단에 이들 후보에 대한 평가를 의뢰한다. 이후 교수평가단의 평가를 거쳐 다시 이사회가 총장을 최종 임명한다. 이때 총추위는 교수 대표와 학생 대표, 직원 대표 등을 포함해 모두 22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학생 대표 2명을 포함한 15명의 위원은 총장 혹은 이사회가 추천한다. 절차 안이 확정될 경우 이 방식대로 오는 9월부터 제19대 총장 선출 절차가 시작된다.

이런 선출 방식을 두고 총학생회 등 학생들은 “이사회가 총장 선출 과정에서 교직원과 학생의 목소리는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총학은 “총추위 위원 가운데 3분의2 이상인 15명이 총장과 이사회 추천 인사이고 학생 대표는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2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학생 대표를 학생이 아닌 총장이 선정한다”며 “형식적인 절차와는 관계없이 최종적으로 총장이 되는 1인을 뽑는 것은 결국 이사회”라고 비판했다. 총학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절차상으로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척 만들어놨지만 총추위 비율 등을 볼 때 실상은 이사회의 의견이 주되게 작용하는 구조”라며 “거짓말이고 기만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공과대 학생회와 이과대 학생회 등도 “(이사회 안은) 이사회가 학생 등 학내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뽑힌 총장은 반쪽짜리 총장이다”라는 목소리를 내고 이사회 규탄에 참여했다. 연세대 이사회는 학생들의 이런 항의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한겨레>는 연세대 이사회 쪽에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총장 선임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연세대뿐 아니라 경희대와 숙명여대 등 대학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희대는 지난해 12월 개교 70년 만에 최초로 대학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총장 선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학생 의견 반영 비율이 축소될 조짐이 보이면서 내홍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경희대 ‘총장 선출 범경희대책위원회’와 대학 법인은 총장 선출 방식에 합의했다. 이사와 교수, 교직원과 학생, 동문 등으로 구성된 총추위가 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 3명을 추천한 뒤 법인이 이 가운데 1명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 3월 법인이 애초 약속한 총장 ‘선출’ 규정과 다른 총장 ‘후보추천’ 규정을 제시해 학생과 교직원이 반발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총추위 구성원 비율을 둘러싸고 교수 쪽과 학생 간 갈등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이런 상황과 관련해 “총장 선출안에 대한 구성원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학교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일이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숙명여대에서도 오는 23일 학생들이 7년 만에 전체 총학생회를 열고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촉구할 계획이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파동’은 “학생이 진정한 학교 구성원으로서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 위한 시작이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라며 “2016년부터 학생참여 총장직선제와 총장 선출 규정 개정을 요구해왔지만, 대학은 ‘시기가 되면 논의하겠다’고 할 뿐 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숙명여대 총장 후보 선출 규정을 보면, 본교 재직 10년 이상의 정교수가 후보 자격을 얻고, 재직교수 과반수가 출석한 교수회의에서 후보 예정자 5명과 최종 후보 2명을 정한 뒤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한다. 후보 예정자들은 소견 발표는 할 수 있지만 선거운동은 금지되어 있다. 이 때문에 숙명여대에서는 “총장 선출 과정에서 선거운동 등이 금지되어 있어 그 어떤 후보 검증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 “학생도 총장선거 참여해야” 숙명여대 7년만 ‘전체학생총회’ 연다)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는 “대학 내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는 것”이라며 “총장직선제 외에 학교의 대표자들이 동수로 참여하는 대학평의원회 등 민주적 운영기구를 만들어 대학을 운영하자는 더 급진적인 요구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총장직선제마저 잘 안 되고 있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대학 내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서는 개별 단일학교가 아니라 여러 학교를 아우르는 차원의 공동 행동을 하고, 이를 위해 제도를 법으로 만드는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