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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버닝썬 와중에… 강남선 또 해피벌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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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화질소 불법유통 12명 적발

상습 흡입한 83명도 검거
한국일보

경찰이 압수한 해피벌룬의 원료물질 아산화질소 용기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3월부터 휘핑크림 제조용 소형 용기의 제조ㆍ수입ㆍ유통 등을 전면 금지했고 캡슐 용기 규격도 확대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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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대에서 환각물질인 아산화질소(일명 ‘해피벌룬’의 원료)를 불법으로 대량 유통한 조직이 검거됐다. 이들에게 아산화질소를 사들여 상습 흡입한 80여 명도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아산화질소를 불법 유통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김모(34)씨 등 유통업자 12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7일 밝혔다. 아산화질소를 흡입 목적으로 사들인 장모(29)씨 등 83명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아산화질소는 의료용 보조마취제, 휘핑(거품) 크림 제조용 식품첨가물, 반도체 세정제 등으로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환경부는 환각 효과를 내는 아산화질소를 직접 흡입하는 사례가 늘자 2017년 7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우연히 방문한 베트남의 유흥업소에서 해피벌룬이 유통되는 것을 보고, 2017년 8월 국내에 ‘OO유통’이란 이름의 위장 사업체를 차렸다. 이어 커피숍 납품 명목으로 아산화질소를 수입업체로부터 대량 구매했다. 김씨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나 주점을 돌며 고객 등의 연락처를 확보, ‘휘핑크림을 만드는 원료인 아산화질소를 사용 외 목적으로 이용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미끼문자를 보내 아산화질소 판매처란 것을 알렸다.

구매자가 줄을 잇자 김씨는 지인들을 끌어들여 불법 유통업체를 6개로 늘렸고, 아산화질소를 배달하는 별도 인력도 고용했다. 김씨 등은 경찰이 마약 집중단속을 포함한 ‘버닝썬 스캔들’ 수사에 착수한 이후인 올해 3월까지도 아산화질소를 불법 판매했다. 이들에게 아산화질소를 사들인 흡입자는 83명으로, 대부분 20대다. 서울 논현동 유명 클럽 아레나의 DJ였던 장씨 등 유흥업계 종사자는 물론, 방송 BJ와 대학생, 모델, 군인 등이 있었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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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화질소는 대마초나 필로폰 등 다른 마약과 함께 흡입하면 약효를 길게 지속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에 검거된 이들 중 7명은 마약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하지만 아산화질소 흡입은 중추신경 마비로 척수를 손상시켜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지는 ‘길랭-바레증후군’에 걸리게 한다. 붙잡힌 흡입자 가운데 일부는 실제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 일당이 불법 유통한 아산화질소는 금액으로 25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8g 캡슐 100개당 8만원에 팔았다. 경찰은 유통 규모로 미뤄 아산화질소를 구입해 흡입한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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