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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방송BJ에 축구선수까지…‘해피벌룬’ 유통·흡입 95명 무더기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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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해피벌룬’ 또는 ‘마약풍선’으로 불리는 아산화질소 가스를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불법 유통한 일당과 이를 흡입한 구매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유통업자 김모(34)씨 등 3명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회사 운영과 배송 업무를 맡은 9명 등 총 1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또 김씨 등에게서 해피벌룬을 구매해 흡입한 혐의로 서울 강남 유명 클럽 ‘아레나’ DJ 장모(29)씨 등 83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조선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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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7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아산화질소 수입업체로부터 "커피용품 유통업체인데, 휘핑크림 제조에 아산화질소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속여 아산화질소를 사들이고, 약 25억원어치를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 등은 강남 일대 유명 클럽 MD(영업사원)나 유흥업소 직원들과 친분을 쌓고 고객 명단을 받아 광고 문자를 보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에게 아산화질소 8g짜리 캡슐 100개당 8만원을 받고 구매자의 집이나 호텔 등으로 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해피벌룬 판매로 약 13억원의 수익을 거둬 해외여행 경비, 외제차 구매 등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과거 베트남에 놀러 갔다가 클럽에서 아산화질소를 풍선 형태로 흡입하는 것을 보고, 돈을 벌기 위해 해피벌룬을 유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피벌룬을 구매해 흡입한 이들은 주로 20~30대였다. 은퇴한 축구선수와 온라인 방송 진행자(BJ), 피팅 모델, 군인, 대학생, 심지어 10대 미성년자 등이 입건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한 20대 여성은 2018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204번, 199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아산화질소는 휘핑크림 제조, 의료용 보조 마취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아산화질소로 제조된 휘핑크림을 먹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 물질을 그대로 흡입하면 30초가량 공중에 붕 뜨는 느낌의 환각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산화질소를 흡입제로 오용할 경우 저산소증을 유발해 뇌 손상을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경찰은 "상습 흡입자 중 순환·호흡계통에 이상 증상을 보인 경우도 있었고, 신경계통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을 진단받은 이도 4명 있었다"고 밝혔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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